무협, '중국의 對 아세안·멕시코 투자확대 영향' 보고서
"車·석화·철강·선박 경합…투자·수출 연계 고도화전략 시급"
한국과 중국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멕시코 수출 품목이 겹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선박 등 주요 산업 곳곳에서 부딪히고 있다. 투자와 수출을 연계한 고도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중국의 대(對) 아세안·멕시코 투자 확대에 따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과 중국의 대(對)아세안 100대 수출 품목 중 40개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시장에서도 양국의 30대 수출 품목 중 9개가 같았다.
중국이 미국 견제로 동남아 시장 개척에 나서며 양국 경쟁이 치열해졌다. 중국은 2018년 미국의 301조 관세부과 이후 대체 생산기지로 아세안 진출을 확대했다. 대미 우회수출, 공급망 확보를 위해서다. 중국은 멕시코 투자도 늘려왔다. 미국 니어쇼어링(인접지 생산기지 이전) 확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관세 혜택 등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를 택했다.
아세안 지역 양국 경합 수출 품목 수는 2018년 32개에서 지난해 40개로 늘었다. 특히 경합 품목에 차,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가 다수 포함됐다. 한국의 아세안 수입시장 점유율이 2016년 이후 7%대에 머무르는 동안 중국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23.9%를 기록했다.
멕시코 경합 수출 품목 수는 2020년 7개에서 지난해 9개로 증가했다. 수출경합도도 같은 기간 0.315에서 0.352로 높아졌다. 철강·금속, 차, 차부품, 석유화학, 무선통신 등 분야에서 경쟁했다.
한국도 아세안과 멕시코에 투자와 수출을 연계하는 수출고도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특히 중국은 아세안에서 산업단지 조성, 자원개발, 인프라 사업 참여 등을 통해 수출 연계성을 높이고 있어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한국 진출이 활발한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주요 산업단지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아세안 회원국이다.
아세안 수출 포트폴리오를 첨단·고급 제품으로 바꾸고 아세안을 경유한 대중 수출 전략도 찾아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중국이 아세안 시장 산업생산과 해외 투자를 늘리면 아세안에서 생산된 중간재·소비재 대중 역수출(중국의 대 아세안 수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세안 산업생산이 1% 늘면 대아세안 중간재 수입물량이 2% 늘어난다. 투자잔액이 1% 늘면 수입물량은 0.06% 증가한다. 갈수록 한국 범용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최근 인공섬 구축, 자원개발 관련 아세안 내 반중(反中)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K-컬쳐 활용, 재생에너지·스마트시티, 의료·농업 분야 협력 증진과 교역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 제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아세안·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은 원산지 관리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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