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주관 800억 차입
사업부 분할·매각 등 사업구조 개편
계열사 출자로 차입부담 과도 '재무안정성↓'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가 대출 유동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사업부 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회사채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잇따른 투자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도 자금조달 우회로를 활용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신한은행 주관으로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800억원어치의 3년 만기 대출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SPC를 통해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대출 재원을 마련했다. 한화가 원리금을 SPC에 상환하면 SPC가 투자자들에게 유동화증권 원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한화그룹은 현재 지주사인 한화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 중이다. 한화는 올해 7월 플랜트 및 풍력, 태양광장비 사업을 각각 자회사인 한화오션과 한화솔루션에 양도하기로 했다. 또 모멘텀(가칭 한화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한다. 올해 9월에는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도 인적분할할 예정이다. 앞서 2022년에는 방산 부문을 분할·매각하면서 한화건설을 합병한 바 있다.
사업부를 분할하거나 매각하는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 지주 부문이 비중이 증가한다.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서, 한화솔루션 등에서 받는 배당금이나 브랜드 수수료 매출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글로벌(무역), 건설 등 자체 사업의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분할 과정에서 차입금을 일부 덜어내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는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 속에 계열사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 부담이 확대되는 등 재무 상황이 악화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은 7조원에 육박하는데 지주 부문의 영업이익은 1889억원,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729억원으로 자체 사업의 수익성이 현격히 저하돼 있다. 글로벌 부문의 선방에도 모멘텀 부문의 적자와 건설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 속에서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은 2020년 2조1100억원 수준에서 올해 1분기 말 4조49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純)차입금은 1조7600억원에서 4조1800억원으로 늘어났다. 방산 부문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한화건설 합병과 한화솔루션, REC실리콘, 일본 한화큐셀, 덕양에너젠 등으로의 지분투자로 차입 부담이 많이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의 이중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종속관계 기업 투자자산의 비중)는 130%를 계속 상회하고 있다. 계열사 출자나 지분 취득의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했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재무상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공모채 발행보다는 기존 거래관계에 있던 신한은행과 대출 유동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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