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시계 그룹인 리치몬트 그룹
지난해 한국서 1.5조 매출…사상 최대
'N차 가격 인상' 까르띠에
본사로 보내진 배당금 534억원
명품 시계·쥬얼리 브랜드 '까르띠에'를 운영하는 리치몬트코리아가 지난해 한국에서 1조5000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결혼 예물과 반지로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이어진 가운데 가격 상승효과가 더해지면서 매출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리치몬트코리아가 제출한 감사보고서(2023년 4월 1일~2024년 3월 31일)에 따르면 이 기간 회사가 벌어들인 매출액은 1조5014억원이다. 전년 매출액(1조3979억원)보다 7%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2020년 86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리치몬트코리아는 2021년 코로나19 기간 명품 수요 급증으로 매출액이 1조1860억원대로 올라선 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리치몬트코리아는 리치몬트그룹의 한국법인이다. 리치몬트그룹은 스와치그룹, LVMH(루이뷔통모네헤네쉬)와 함께 세계 3대 시계 그룹으로 꼽힌다. 대장 브랜드인 까르띠에를 중심으로 'IWC', '랑에 운트 죄네', '예거 르쿨트루', '피아제', '바쉐론 콘스탄틴', '로저드뷔', '파네라이' 등의 시계 브랜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부첼라티', '델보', '끌로에' 등 패션·쥬얼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매장 수는 총 121개다.
리치몬트코리아의 매출 상승세는 주요 브랜드의 가격 인상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까르띠에는 지난해 4월과 11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까르띠에의 '러브링(옐로우, 핑크 골드)'은 2022년 말 156만원대에서 현재는 179만원으로 15%(23만원)나 오른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시계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 인기 제품인 '탱크 머스트 워치' 가죽 가격은 419만원이었지만 현재는 493만원(17%)으로 50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외에도 IWC는 지난해 11월 제품 가격을 4~5%가량 올렸고, 피아제도 지난해 5월과 9월 두 차례나 시계 가격을 5%가량 올렸다. 예거 르쿨트르도 지난해 1월, 6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반클리프 아펠도 지난해 5월 평균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렸고, '김희애 가방'(브리앙 백)으로 이름을 알린 델보도 지난해 6월 제품 가격을 평균 7%나 인상했다.
영업이익은 매출원가가 늘면서 전년 대비 약 200억원 감소한 1061억원을 기록했다. 벌어들인 이익은 적었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 기간 본사로 보내진 배당금은 534억6000만원으로 전년(495억9200만원)보다 8% 늘었다. 기부금은 5억7000만원으로 전년(2억5000만원)보다 약 두배 증가했다.
한편 올해 들어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명품 제품값이 줄줄이 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명품 시계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롤렉스는 매년 초 가격을 한 번만 올려왔는데, 올해는 1월과 6월 두차례나 가격을 인상했다. 또 IWC는 다음 달 가격을 3~5% 인상한다고 예고했고, 예거 르쿨트르도 다음 달 일부 제품에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띠에는 지난달 시계와 주얼리 제품 가격을 5%나 올렸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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