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외 글로벌시장 판매량
CATL이 27.7 GWh로 1위
BYD는 164.8% 급성장
韓기업은 평균 성장률 하회
전기차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정체) 속에 중국 배터리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세가 한풀 꺾인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의 물량 공세에 역성장까지 기록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중국 CATL이 27.7GWh로 1위를 차지했다. 캐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BYD 사용량은 4.0GWh로 164.8% 급성장하며 6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성장세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1%(26.0GWh) 성장하며 평균 성장률(13.8%)을 하회했다. 삼성SDI는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33.1%(10.9GWh) 성장률을 나타냈다. SK온은 -1.3%(10.3GWh) 성장률로 뒷걸음질했다.
캐즘 속에서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선전한 건 글로벌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유럽에서 영향력 확대가 크게 작용했다. 유럽은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최대 격전지다. 중국은 LFP(리튬인산철)가 아닌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CM 배터리는 그간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졌다고 평가받았던 배터리인데,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NCM523(니켈5·코발트2·망간3)과 NCM622(니켈6·코발트2·망간2) 수준의 ‘미드니켈 배터리(양극재의 니켈 비중이 50~60%)’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니켈 비중 80% 이상인 ‘하이니켈’을 앞세우는 것과 차이가 있다. 하이니켈은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지만 가격이 높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고금리 상황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등 고객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졌다. 중국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 배경이다.
증권사 UBS전망에 따르면 유럽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60%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2027년에는 4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30%에서 50%로 상승하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 1분기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국내외 사업장 평균 가동률 57.4%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경기 불안 및 보조금 축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업 평균 가동률이 6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96.1%)보다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인 중대형전지 공장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 공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특히 CATL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광산이나 원소재를 다량 확보한 뒤 가격 할인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더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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