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한국 수어 활용 조사' 결과 발표
주로 친구·선후배에게 배워…교육 개선 시급
청각장애인 상당수가 만 7세가 지나서야 수어(手語)를 접하거나 배운다고 나타났다. 가르쳐준 사람도 친구나 선후배인 경우가 많아 교육 현장의 개선이 요구된다.
국립국어원은 '농아인의 날(3일)'을 맞아 '한국 수어 활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장애 정도가 심한 만 20세 이상 청각장애인 500명을 대상으로 수어 사용 실태와 인식을 연구하고 분석한 자료다. 수어 동영상으로 설문 내용을 만들었고, 수어 통역사와 농인 조사원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수어를 주된 의사소통 방법으로 사용하는 비율은 30.1%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69.9%로 가장 높았다. 30대(60.7%)와 50대(55.3%)는 뒤를 차례로 이었다.
이들이 수어를 처음 접하거나 배운 시기는 주로 초등학교 시기에 해당하는 만 7~12세(41.3%)였다. 반면 만 6세 이하에 처음 접했다고 답한 비율은 13.2%에 머물렀다. 수어를 처음 배운 시기 역시 만 7~12세(44.0%)가 가장 많았다. 뒤는 만 13∼19세(17.5%), 만 20∼29세(14.3%) 순이었다.
국립국어원 측은 "수어를 처음 접하거나 배운 시기가 청인(聽人)이 언어를 배우는 시기보다 늦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추후 조사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어를 가르쳐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2.4%는 농인 친구를 가리켰다. 26.9%는 농학교 교사, 15.6%는 농학교 선후배를 꼽았다. 반면 수어 강사는 4.5%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수어로 주로 소통하는 응답자의 83.0%(복수 응답)는 수어 통역이 가장 필요한 영역으로 의료기관을 가리켰다. 수어가 주된 의사소통이 아닌 이들 또한 71.2%가 의료기관에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공기관 이용(62.9%)이나 법률 서비스(24.1%)에 수어 통역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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