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치과의사의 기사를 접했다. 치과대학 재학 중 사고로 인해 경추가 손상되어 어깨 일부와 양 손목 외의 전신이 마비인, 즉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치과의사이다. 아마 세계 최초의, 또 유일의 최중증장애인 치과의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전신마비가 있는 사람이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낯설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 치과의사는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가장 안전하고 정확하게, 꼼꼼하게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기립형 휠체어를 비롯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이다.
흔히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라 불리는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이 일상생활과 직업생활, 교육활동 등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연구되고 개발된 기기를 뜻한다. 이 기기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특히, 직업생활에서의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장애인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준다. 또한, 장애인·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기여하며 우리 사회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될 1990년 당시 0.43%에 불과했던 장애인 고용률이 30여 년이 지난 현재 7배 넘게 증가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보조공학기기를 언급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보조공학기기를 접하지 못해 보조공학기기가 무엇인지, 보조공학기기가 장애인의 직업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매년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하여 ‘장애인을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솔루션’인 보조공학기기를 직접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역시 공단은 6월4일과 5일 양일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2024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장애인을 가로막는 벽을 허물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솔루션인 보조공학기기를 직접 만나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 함께 일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여정에 모두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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