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Why&Next]꿀벌 사라졌다더니…꿀 생산은 왜 늘었을까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뉴스듣기 글자크기

“꿀벌 문제의 핵심은 ‘꿀벌이 부족하다’가 아니라 ‘꿀벌의 폐사가 늘었다’는 점입니다. 꿀벌이 대규모로 실종·폐사하는 것에 세간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꿀벌의 절대 개체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최근 꿀 생산량이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겠죠.”


예상하지 못했던 말들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성준 국립산림과학원 밀원자원연구팀 박사는 결론적으로 ‘꿀벌 실종사건’에 일부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꿀벌의 절대 개체 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더 번성할 수 있는 재료(밀원·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가 소진됐다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Why&Next]꿀벌 사라졌다더니…꿀 생산은 왜 늘었을까 통계=농림축산식품부·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 제공
AD

꿀벌 실종 사건은 2022년 갑작스레 불거졌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11월 국내에서는 40만~50만 봉군(蜂群·꿀벌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하나의 개체)이 피해를 입었다. 이 결과 꿀벌 사육 봉군 수는 2022년 12월 기준 247만 봉군으로, 전년 동월 269만 봉군보다 8.2%나 감소했다.


올해도 봉군 피해는 이어졌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월1일~3월13일 55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월동 전 65만여 봉군에서 월동 후 31만여 봉군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봉군 당 꿀벌은 1만5000여~2만여 마리가 떼를 지어 생활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멸종한다” 등 극단적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꿀벌이 대표적인 화분매개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걱정들이었다.


그러나 꿀 생산량은 최근 늘었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연도별 봉군당 꿀 생산량은 ▲2017년 17.7㎏ ▲2018년 4.3㎏ ▲2019년 43.8㎏ ▲2020년 9.0㎏ ▲2021년 11.5㎏ ▲2022년 32.1㎏ ▲2023년 26.8㎏ 등의 등락을 보였다. 꿀벌 실종 사건이 부각된 2022년 꿀 생산량이 되레 전년대비 3배 가까이 늘었고, 이듬해 생산량도 2021년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산림청과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봉군 수는 1990년대 53만 봉군에서 2000년대 108만 봉군, 2010년대 170만 봉군 등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1년 153만1600여 봉군, 2017년 238만8200여 봉군, 지난해 254만3900여 봉군 등을 기록했다. 일시적인 등락이 있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양봉가구도 2011년 1만9987가구에서 2017년 2만4629가구, 지난해 2만6427가구로 많아졌다.


농식품부와 산림과학원의 복수 관계자는 “현재 꿀벌의 절대 개체 수를 놓고 봤을 때 꿀벌이 적은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공급과잉(양봉가구·봉군 증가)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꿀벌은 인간의 통제 속에서 육성할 수 있는 대상으로, 꿀벌이 부족하면 늘려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꿀벌의 개체 수가 많고 적음이나 극단적으로 꿀벌의 멸종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실종·폐사가 늘어나는 점에 전문가들은 더욱 주목하고 있다. 꿀벌의 실종·폐사의 대표적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그리고 살충제 이슈, 채밀자원 부족 등이 꼽힌다.


최근 산림청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3배 규모로 밀원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도 부족한 채밀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산림청은 국유림에 연간 150㏊, 공·사유림에 연간 3600㏊(연간 조림 면적의 20%) 규모의 밀원숲을 매년 조성할 계획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 등도 밀원숲 확충에 힘을 보탠다.


나 박사는 “밀원숲 확충은 꿀벌 개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라며 “특정 지역과 수종에 편중되지 않은 ‘꿀벌의 건강한 먹이 식단 확보’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Why&Next]꿀벌 사라졌다더니…꿀 생산은 왜 늘었을까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인근에 핀 무궁화꽃에 꿀벌이 꿀을 따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가령 아까시나무는 그간 꿀벌의 주된 식단(밀원숲)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남부와 북부 지역 간 개화 시기의 간격이 2007년 30일에서 2017년 16일로 짧아지면서 꿀벌의 먹이 경쟁이 심화됐다. 그나마도 아까시나무 분포면적은 1980년대~2010년대 사이에 89%가량 감소해 꿀벌의 채밀 활동이 요원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밀원숲 확충이 중요해진 이유다.


나 박사는 “앞으로 조성할 밀원숲은 꿀벌이 연속성 있게 먹이 활동(채밀)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무게를 둬야 한다”며 “월동기를 보낸 꿀벌이 3~10월 시기별로 먹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수종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단위 면적당 꿀 생산량이 우수한 수종을 선별해 밀원숲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은 ▲쉬나무 ▲헛개나무 ▲광나무 ▲이나무 ▲아왜나무 ▲꽝꽝나무 ▲피나무 등을 밀원숲 조성에 우수 수종으로 발굴했다. 이들 수종의 1㏊당 꿀 생산량은 90㎏ 이상으로, 아까시나무(38㎏)보다 2배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벌꿀 유리용기 1병(2.4㎏)을 기준으로 할 때 1㏊당 잠재적 꿀 생산량은 아까시나무가 16병, 우수 수종은 37병 이상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