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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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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치 제주 10개월 리노베이션…29일 재개장
객실·식음·액티비티 등 호텔급 서비스로 상향
핵가족 중심·이색 경험 추구 여행 트렌드 반영
향후 20~30년 지속 가능성 고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이동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해비치 리조트 제주에 도착했다. 제주의 동남쪽, 서귀포시 표선해변과 제주민속촌이 리조트 양옆을 둘러싸고 있다. 지난 20일 찾아간 해비치 리조트 제주에서는 붉은색 지붕과 건물 외벽의 모랫빛 외관, 정원의 야자수와 푸른 잔디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리조트동 안팎에서는 오는 29일 재개장을 앞두고 조경이나 칠을 다듬거나 객실과 로비, 식당 시설 등의 막바지 정비를 위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리노베이션을 통해 테라스 공간을 넓힌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주니어 스위트 테라스 객실[사진제공=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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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만 남기고 다 바꿨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호텔동과 리조트동 가운데 2003년 문을 연 리조트동의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김민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대표는 "외벽 구조물 등 손을 대기 어려운 부분만 제외하고 전체적인 구성을 새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화한 시설의 개보수를 넘어 최신 여행 트렌드를 반영하고, 향후 20~30년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리조트의 정체성을 바꿨다. 공사비는 총 720억원을 투입했다.


객실에 들어가서 첫인상은 '넓고 쾌적하다'였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가 보유한 10가지 타입의 룸 215개는 기본 실평수가 최소 63㎡(약 19평) 이상으로 특급 호텔 스위트룸 크기와 맞먹는다. 주방 공간과 거실이 넓어 7~8인 이상 이용객이 머물면서 고기를 굽거나 취사를 하는 데 적합했던 기존 리조트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해 격벽을 세우고 방을 2개로 구분해 침실 공간을 확대한 점이 두드러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매트리스는 물론 이재하, 조병주 작가 등 주목받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에게 의뢰한 거실 소품에서는 아늑함과 우아함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최근 여행객들은 핵가족 위주나 친구·커플 등 최대 4인 규모로 여행지를 찾는다"면서 "과거 대가족 중심의 리조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이용객들이 이곳을 제2의 집이나 별장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전체적인 분위기를 최고급 호텔 수준으로 상향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행 트렌드를 고려해 객실별 기본 투숙 인원도 2인으로 낮췄다. 최대 허용 인원은 4인이다.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10개월간 리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최고급 호텔 수준으로 탈바꿈한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마스터 스위트 객실[사진제공=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객실이나 로비, 식당에서 바깥을 볼 수 있는 창호는 표선 해변과 조경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갤러리 구조로 꾸몄다. 내부 벽면의 기본 색상은 모랫빛의 샌드 베이지를 채택했고, 일부 객실은 이보다 어두운 회색을 넣기도 했다. 원영욱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총지배인은 "제주의 자연경관보다 돋보이거나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실내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객실 테라스 난간도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고 바다와 잔디, 나무가 잘 보이도록 모두 통유리로 바꿨다. 10가지 객실 타입 중 '주니어 스위트 테라스'는 테라스 공간을 대폭 확대해 바깥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불멍', 요가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패키지 상품을 구성할 예정이다. 시그니처 돌·바람·노을 등 3가지 타입의 스위트 객실에는 해변을 바라보며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욕조를 설치했다.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재충전 기회, 머물고 싶은 리조트"

해비치 리조트 제주는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면서 이용객들이 단순히 잠만 자고 떠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느긋하게 머물며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 리조트'를 지향했다. 시설 현대화 작업과 더불어 역점을 둔 내용은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자연경관을 충분히 감상하고 재충전할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다양한 체험 활동을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해 질 무렵 잔디광장에서 진행하는 '선셋 요가와 싱잉볼 테라피'가 있다.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1시간가량 진행하는 요가를 통해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다. 눈을 감고 명상하면서 제주의 바람과 파도, 새소리를 듣고 풀과 바다 내음을 만끽하는 시간도 주어진다. 약 2시간 코스의 숲길이나 오름을 걸으면서 계절에 따라 다른 정취를 볼 수 있는 '포레스트 트레킹'도 운영한다.


아침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선라이즈 런'과 '바이크 라이딩'을 격일로 운영한다. 이 가운데 바이크 라이딩은 자전거를 타고 왕복 6㎞ 거리의 제주올레길 4코스를 따라 이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오전 8시 전후로 표선 해안을 따라 달리면서 현무암이 어우러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들꽃, 나무 등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동행하는 직원을 통해 주요 관광지나 지역민의 생활양식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올레길 중간에는 조랑말을 상징하는 '간세' 조형물이 길을 안내한다. 간세는 제주 방언으로 게으름을 뜻한다.


남기백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제주객실팀 슈퍼바이저는 "'올레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되도록 느리게 여유를 두고 제주의 자연을 감상하면 좋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웰니스 프로그램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무료로 진행한다. 리뉴얼을 통해 객실당 1박 가격이 기존보다 10만~15만원가량 인상될 예정이지만 쾌적한 시설에서 투숙하면서 무료 체험 프로그램으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객이 여행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 부담은 경쟁 업체와 비교해 크지 않다는 것이 해비치 측의 계산이다.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해비치 리조트 제주 모루 라운지[사진제공=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해비치 리조트 제주에서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선셋 요가[사진제공=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더하기와 빼기

해비치 리조트 제주는 리뉴얼을 통해 식음서비스도 강화했다. 기존 조식 뷔페 중심으로 운영했던 라운지 카페 '이디'는 이탈리안 파인다이닝(고급식당)으로 변신했다. 좌석 수는 기존 150개에서 202개로 늘었고 시그니처 메뉴인 화덕피자를 비롯해 스테이크와 파스타, 샐러드 등의 메뉴를 갖췄다. 스시 오마카세와 스키야키 전문 레스토랑 '메르&테르'도 새로 만들었다. 메르는 바다, 테르는 땅을 뜻한다.


그릴 다이닝 레스토랑 '하노루'는 테이블마다 배치했던 고기 굽는 공간을 제거하고, 메인 조리대에서 직원들이 고기를 구워 이용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변경했다. 육류뿐 아니라 한식 반상 메뉴도 추가했다. 선택지를 다양화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룸서비스 식사 메뉴도 신설했다.


720억 들여 싹 바꿨다…고기냄새 없는 방, '불멍·바다멍' 푹 쉬고 온다[가보니]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탈바꿈한 해비치 리조트 제주의 '이디'[사진제공=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액티비티 시설 중에서는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야외 수영장을 사계절 온수 풀로 조성했다. 안전을 고려해 아이를 동반한 투숙객은 호텔동에 있는 별도 수영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이 밖에 10가지 타입 가운데 마스터 스위트 등급 이상 객실 투숙객이나 라운지 전용 패키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330㎡(약 100평) 규모의 프리미엄 서비스 공간 '모루 라운지'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조식과 간단한 점심 식사, 쿠키와 차, 저녁 시간 무제한 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운지 안쪽에는 최우람 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갤러리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수 중심, 프라이빗, 친환경이 강조되는 여행 트렌드에 맞춰 기존 리조트에서 제공하던 품목 가운데 제외한 부분도 있다. 주방 공간을 줄이면서 수저나 젓가락, 그릇, 냄비 등 취사도구는 모두 없앴다. 싱크대 공간에는 냉장고와 간편식을 데우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인덕션만 배치했다. 와인잔과 유리컵, 커피잔, 티스푼, 티백, 커피포트가 기본 구성의 전부다. 욕실과 화장실에는 칫솔과 치약을 두지 않았다. 샴푸나 보디워시, 컨디셔너도 환경을 고려해 일회용품 대신 대용량으로 제공한다. 객실 기본 구성품인 생수는 사용 후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고객 용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원 총지배인은 "페트병 수거율이 96%에 달한다"고 말했다.




제주=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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