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은 경쟁률 2만9496대 1
일반 청약 위축 속 무순위 청약 양극화 뚜렷
분양가격, 입지적인 이점이 있으면 수요 집중
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 부작용" 지적
강남에만 수요 쏠려 집값 더 자극
지난 8일 진행된 서울 강동구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무순위 청약('줍줍')은 ‘3억짜리 로또’라는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전용 101㎡ 규모 1가구를 두고 2만9496명이 집 주인이 되겠다고 몰렸다. 그 전날 6가구를 두고 벌인 청약 경쟁률도 평균 2783대 1을 기록했다. 낮은 분양가가 높은 경쟁률로 이어졌다. 전용 84㎡(7억3260만~7억7270만원)와 전용 101㎡(8억8070만원)의 가격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최초 분양했던 2020년 그대로 적용됐다. 현재 주변 시세 대비 3억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최근 무순위 청약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가 양극화 확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방과 수도권 일부의 경우 분양 실패로 반복적인 무순위 청약에 나서는 단지들이 즐비한 반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 등의 경우 무순위 청약마다 벌떼처럼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알고 보면 복잡한 무순위 청약 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집공고가 나온 무순위 청약 단지 중 11.6%는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미달은 18.6%였다. 보고서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유무와 거주지 제한, 무주택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가격이나 입지적인 이점이 있는 경우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던 ‘줍줍’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였다. 올해 2월 면적별로 총 3가구가 나왔는데 무려 101만 3000명이 몰렸다. 상한제로 분양가를 눌러놔 당첨만 되면 최대 10억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높은 경쟁률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전용 39㎡는 4억~6억5000만원, 전용 132㎡는 17억~20억원, 전용 59㎡는 8억5000만~11억원까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신청자가 엄청나게 몰렸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소위 ‘묻지마 청약’과 같은 무분별한 청약으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으며 실수요자의 기회가 무산되고 불필요한 업무와 비용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분양가 상한제는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이렇게 네 곳에 적용되는데, 이곳들의 아파트 분양가는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라 2배 가까이 오른 서울의 다른 지역 분양가와 비슷해져 버렸다"며 "이렇다 보니 수요자들은 다른 지역은 고려하지 않고 강남 쪽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강남 집값을 더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집값 안정’이라는 분양가 상한제의 취지가 무색하게 무순위 청약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대다수인 것이 현실이라는 의미다.
김 위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만큼 무순위 청약 대상 가구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강남 같은 경우는 분양가를 지금보다 올려도 분양이 잘 되는 곳이어서 청약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분양가 상한제를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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