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올해 2분기 소폭의 실적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1분기에는 각 사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의 영향으로 큰 폭의 실적 하락세를 기록했다. 업권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당분간 은행권의 호실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9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KB·신한·하나·우리)의 지배주주 기준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4조50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조2813억원) 대비 5.2%(2227억원)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은 5.26% 증가한 1조3034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 역시 2.37% 늘어난 94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은 주요 금융지주회사 중 가장 증가폭이 컸다. 우리금융은 28.90% 늘어난 8059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KB금융의 경우 1조4542억원의 순이익을 내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KB금융은 1분기에 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홍콩 ELS 충당부채(8620억원) 등의 영향으로 최종 순이익은 1조원 수준에 그쳐 신한금융에 선두자리를 내준 바 있다. 단 KB금융은 다른 3개 금융지주와 달리 전년 대비 순이익 폭이 3.00%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선 것은 전 분기 홍콩 ELS 충당부채로 인한 기저효과, 각 사가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파이를 키우고 있는 데 따른 영향, 비은행부문의 실적회복세 등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분기에만 전년 대비 6조3000억원의 기업대출을 늘렸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각기 4조6000억원, 4조1000억원의 기업여신을 확장했다. 비교적 증가폭이 낮았던 KB금융도 1조9000억원에 달했다.
각 사는 지난해부터 기업대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지면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기업금융 특화 채널인 '비즈(BIZ)프라임센터'를 신설하고 지난달에만 서울 구로, 경기 판교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역시 연초 수원에 기업금융 특화조직인 '쏠(SOL)클러스터'를 신설했다.
금융권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점,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따른 효과 등을 들어 하반기에도 예상과 다른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Fed가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점쳐져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고 이란·이스라엘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되며 예상보다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며 "원화대출 성장세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마진이 방어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대손비용을 반영한 만큼 실적개선의 주축은 대손 비용의 감소가 될 것"이라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부동산 관련 부담이 줄며 증권의 실적도, 견조한 신계약과 투자이익 개선으로 보험의 실적도 개선될 전망인 만큼 비이자이익도 양호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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