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억 조달했는데 남은 현금 68억
대규모 잠재 주식 물량…호텔은 영업 중단 중
코스닥 상장사 클리노믹스가 3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음에도 정작 현금은 거의 손에 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 자금으로 호텔을 인수하고 기존 대출을 상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텔이 코로나19 이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 수익성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리노믹스는 지난달 24일 최대주주가 박종화 외 5인에서 제노투자조합1호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제노투자조합1호는 이날 7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납입하며 클리노믹스의 지분 12.9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클리노믹스는 게놈 기반 바이오헬스 정보처리, 혈액에서 순환종양세포(CTC)와 세포유리핵산(cfDNA)을 동시 검출하는 기술, 다중오믹스 분석기술을 통해 암, 질병 조기진단 서비스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14억원, 영업손실 346억원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 적자를 냈다. 이에 감사법인은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으로 상환하지 못할 수 있는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며 “올해 경영개선 및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으로 인해 클리노믹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당초 150억원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노투자조합1호만 76억원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제노투자조합1호가 최대주주가 된 후 클리노믹스는 지난 3일 ‘(주)뉴오리엔탈호텔’이라는 법인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 법인은 서울 명동에 위치한 ‘뉴오리엔탈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이 호텔은 코로나19 이후 영업하지 않고 있다. 이에 클리노믹스는 부동산 가치만 184억원으로 따져 법인을 인수했다.
클리노믹스는 184억원 중 54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30억원은 제2회차 CB를 발행해 대용 납입했다. 유증으로 조달한 현금 중 70%가 며칠 만에 나간 셈이다.
이렇게 인수한 뉴오리엔탈호텔을 담보로 클리노믹스는 또 120억원 규모의 제3회차 CB를 발행했다. 대상자는 신안그룹 계열사 바로저축은행, 바로에프앤대부 등이다. 표면이자율 3%, 만기이자율 9%다. 이 자금 중 74억원은 뉴오리엔탈호텔이 기존에 지고 있던 채무 상환에 대부분 쓸 예정이다.
결국 클리노믹스는 유상증자 76억원, CB 발행 250억원 등 총 326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진행했지만 현금은 68억원만 남았다. 전체 조달 규모의 20.8% 수준이다. 반면 유상증자와 CB의 전환 가능 물량을 합치면 총 1864만731주가 새로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전체 주식의 56%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사실상 소액주주들의 주가 희석을 바탕으로 이 같은 구조를 짠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렇게 인수한 호텔의 수익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오리엔탈호텔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기준 매출액 18억원, 순이익 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18년에도 매출액 17억원, 순이익 4000만원을 냈다. 다시 운영을 재개해도 3회차 CB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실적이다.
이에 클리노믹스는 약 1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호텔 2층 카페를 극노화 클리닉으로 리모델링 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7~8월 성수기 전에 호텔을 재개장하고 게놈 2.0 기술 기반 극노화 클리닉을 올 하반기 개관해 수익성을 낼 것”이라며 “올해 턴어라운드 하지 못하면 회사가 존폐 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게놈 기술력으로 실적을 만들고 추가 유상증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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