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상점에 걸린 푯말 SNS서 화제
주인 “판매 줄고 전기세 올라 어쩔 수 없어”
국립대학교는 불 끄고 강의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한 정육점 입구에 걸린 ‘손전등을 가지고 들어오라’는 푯말이 화제다. 폭등하는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서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아르헨티나 중부 구알레구아추에 있는 한 정육점의 사연을 보도하며 “이는 전기세를 아끼기 위한 상점 주인의 고육지책”이라고 보도했다.
정육점 주인 왈테르는 ”고물가로 판매는 계속 떨어지는데 전기세는 30만페소(46만원)에서 98만페소(151만원)로 3배 이상 뛰었다”며 “어쩔 수 없이 냉장고만 켜두고 낮에는 불을 끄고 고객을 맞이하고, 저녁에는 대부분의 불을 끈 채 손님들에게 손전등을 가지고 오라는 안내문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왈테르는 “손님 중에는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몇 명은 화를 냈지만, 대부분은 유머로 받아들였다”며 “손님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사용해서 들어온다. 앞으로는 점심시간에 문을 닫지 않고 낮에 자연광을 이용해 장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런 행동이 다음 전기세 고지서가 왔을 때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치솟는 물가 때문에 소고기 판매가 약 50% 정도 하락했다고 밝혔다. 왈테르는 “손님 수는 꾸준하긴 하지만, 전에는 1㎏ 단위로 구매했다면 이제는 3000페소(4600원)나 5000페소(7700원) 등 수중에 있는 돈에 맞춰 소량을 사 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무정부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예산 삭감 조치로 인해 4개월 만에 구매력이 감소하는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연간 인플레이션은 288.9%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지난 두 달간 누적 물가상승률은 26%이다.
각종 보조금 삭감으로 전기세는 지난 3개월간 평균 300%에서 최대 600%까지 폭등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립대는 조명을 전부 끄고 강의는 빛이 들어오는 공간이나 야외에서 화이트보드를 칠판 삼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은 폭등하는 전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하자 총 17층으로 된 건물로 승강기 사용을 제한했으며, 부속 국립병원의 수술도 40%로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