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훌쩍 넘은 5성급 호텔 예식 비용
식대 최대 30만원, 꽃값은 부르는 대로 반영
하객 300명 초대하면 최소 '1.2억원'
여왕의 결혼식은 화려했다. 버진로드를 가득 수 놓은 수백송이 꽃과 예식장 곳곳에 설치된 초록빛의 나뭇잎은 피겨 퀸의 순백의 드레스를 더욱 돋보이도록 했다. 2022년 10월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결혼식이 매년 웨딩시즌마다 회자되는 이유다.
신라호텔은 김연아 전 선수를 비롯해 장동건-고소영 부부, 유재석-나경은 부부, 박서원 전 두산매거진 대표 등 유명 연예인들과 재벌가들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수많은 예비신부가 '꿈의 웨딩 베뉴'로 꼽는다.
28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5성급 호텔에서 결혼을 준비할 경우 하객 300명을 기준 예상 비용은 최소 8000~9000만원이다. 생화 꽃과 식사 메뉴(잔치국수)를 추가하면 가격은 무한대다. 결혼식 비용의 8할 이상은 꽃값과 식대 비용으로 지출된다. 특히 꽃 견적은 최소 가격만 책정됐다. 꽃 장식에 따라 수억원대의 결혼 비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신라호텔의 경우 신랑 신부가 원하는 대로 꽃을 사용할 수 있어 꽃값의 최대치를 측정할 수 없는 곳 중 하나다. 대표 예식장으로는 '다이너스티홀'과 야외에 위치한 '영빈관'이 있다. 다이너스티홀은 신라호텔의 대형 연회장(최대 700명)이다. 김연아 전 선수가 이곳에서 결혼한 뒤 인지도가 높아졌다. 영빈관은 다이너스티홀보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200~300명)이 적지만, 야외웨딩이 강점이다.
신라호텔은 예식장은 대관료로 2200만원(세금포함)을 책정한다. 식대의 경우 16만원부터 30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꽃값의 경우 소비자 취향에 따라 설치되는 내용물, 수량 등이 달라지는데 최소 예상 비용은 4000만원이다. 단순 추산으로 20만원의 식비로 300명의 하객을 초대했다면 1억2000만원 수준이다. 대관료 할인은 시즌별로 30~70% 할인 적용된다.
영빈관의 경우 야외웨딩에서 꽃이 예식의 분위기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생화 추가가 필수 옵션으로 꼽힌다. 다이너스티홀은 빈 공간이 많이 영빈관보다 꽃장식에 더 신경쓰는 곳이다. 버진로드(신부가 걸어가는 길) 옆 나무, 홀 내부, 신부 대기실, 로비 등에 추가 꽃을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꽃값만으로 1억원을 쓸 수도 있다. 여기에 와인, 샴페인 등 음료와 무대연출, 리셉션 비용 등을 더해야 한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호텔 예식장 중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곳은 롯데호텔 서울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식대는 16만5000원부터 30만원까지 구성돼있다. 꽃 견적은 1000만원 중반부터 시작된다. 다만 신부대기실을 '아테네 가든'으로 변경하고 꽃을 추가로 넣는다면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
롯데호텔 서울 가까이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 서울은 식대 최소 비용이 16만원이다. 꽃 비용으로 평균적으로 2000만원 이상이 들게 된다. 호텔의 시그니처 장식물은 '오로라'나 샹들리에를 추가할 경우 가격은 더 상승하게 된다.
강남권역에 위치해 최대 900여명 수용이 가능한 홀을 보유하고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은 대관료 880만원에 1인 평균 식대는 20만원, 최대 30만원대다. 꽃 기본 가격은 2200만원이지만, 평균적으로는 꽃 추가에 2000만원 내외의 비용을 더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까지 예식비용이 1억원을 웃도는 예식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옵션 몇 개만 추가해도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코로나19 이후 식자재, 인건비, 가스비 등 물가가 크게 상승했고 호텔들이 홀을 리뉴얼하며 가격을 소폭 상향 조정한 영향도 있다. 여기에 호텔들이 일반 웨딩홀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사항을 옵션으로 넣다 보니 예상 견적과 최종 견적에 큰 차이가 있는 곳들도 있다.
반대로 일부 호텔의 경우 꽃, 나무 설치 옵션을 기본사항으로 반영해 시작 단가를 올린 경우도 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호텔 결혼식 가격에 관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꽃 추가와 옵션을 얼마나 더 넣느냐에 따라 달라져 특정할 수는 없다"며 "꽃 연출을 위해 호텔 식장을 찾는 경우가 많아 꽃 추가는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5성급 호텔 예식장들도 내년 성수기 시즌 예약을 대부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딩업계에서는 성수기와 비수기는 날씨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비수기는 1월과 2월, 7월과 8월이고 나머지는 성수기로 분류된다. 수요가 많아 가장 빨리 예약이 차는 달을 극성수기로 보는데 날이 따뜻해지는 4월, 5월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 10월경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5성급 호텔 결혼식에 관해 관심이 늘어나면서 예약률은 대부분의 호텔이 80% 이상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호텔 결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수기와 비수기에 대한 구분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웨스틴조선 서울의 경우 폭염으로 인해 결혼식이 줄어드는 오는 7월과 8월 주말 시간대는 모조리 예약 마감됐다. 내년 1~2열 겨울 예식 역시 주말 시간대는 예약이 꽉 찬 상태다. 결혼식장 예약은 통상 1년 전에 시작된다. 현재 내년 4월부터 6월 날짜를 받고 있는데 주말 인기 시간대의 경우 예약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호텔 서울의 올해 예약률은 약 80%이다. 내년 3, 4월 예식의 경우 소규모 홀을 제외하면 수요가 높은 시간대는 예약이 모두 채워진 상태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올해 9월과 10월, 내년 3월과 5월 예약을 모두 끝마쳤다. 내년 1월과 2월의 예약률은 50%, 6월 예약률은 30% 수준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예약 문의가 많아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연말 즈음엔 모든 날짜에 예약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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