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20일 새벽
비트코인 채굴 보상
절반 줄어드는 반감기 적용
채굴 난도 증가해
AI 산업과 전력 경쟁도
채굴 업계 ‘옥석 가리기’
닷새 앞으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로 14조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 채굴 업계에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채굴 난도가 올라가는 탓에 핵심 인프라인 초고속 컴퓨터와 전력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해서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반감기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0일 새벽 적용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반감기로 인해 채굴 업계 전체가 연간 약 100억달러(14조원)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이뤄지는 네 번째 반감기에서는 비트코인 블록당 보상이 6.25개에서 3.125개로 감소하게 된다.
이번 반감기에 따라 채굴 업체로선 수익이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업계는 전력 소비량이 엄청난 초고속 컴퓨터를 사용해 수학적 연산을 풀어 비트코인을 채굴해왔다. 공급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채굴하기가 더 까다로워지게 돼 채굴 인프라에 투입하는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티시닷컴에 따르면 채굴 난도는 2020년 반감기 이후 지금까지 약 6배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채굴 업계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과 전력 선점을 위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MS)트 등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가 AI 육성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사모펀드사 블랙스톤도 25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 코어 사이언티픽의 아담 설리번 최고경영자(CEO)는 “이로 인해 가상화폐 광부들이 유리한 가격의 전력을 공급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오퍼튜니티 펀드의 데이비드 폴리 공동 파트너는 “AI 업체 경쟁자들은 지난해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지불한 전기요금의 3~4배를 기꺼이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채굴 관련주의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채굴 대표 업체인 마라톤디지털홀딩스와 라이엇 플랫폼스의 주가는 지난 2월 고점 대비 이미 반토막 가까이 난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얼마나 치솟을지가 채굴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중동 확전 위험이 산재해 있는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되레 내림세를 보일 거란 반론도 나온다.
영국계 디지털 자산 운용 업체 코인셰어스의 매튜 키멜 디지털 자산 분석가는 “현금 흐름이 적고 돈을 빌릴 수 없는 채굴 업체는 사모펀드 등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채굴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