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란 경계감 속에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존재감이 부각된 여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큰 틀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한 것 역시 금 투자 수요를 부추겼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에 거래됐다. 온스당 2300달러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장중 한때 금 선물은 2320달러도 웃돌았다.
올 들어 금값은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 등의 여파로 두 자릿수 오름세를 이어왔다. 특히 최근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최종구간)’ 우려를 부추기는 물가 지표가 공개되면서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을 둘러싼 주목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린라이트 캐피털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아인혼 회장은 이날 CNBC에 출연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방침을 재확인한 것 역시 이날 금 투자자들의 안도 랠리로 나타났다. 파월 의장은 스탠퍼드대학교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를 인정하고 신중한 통화정책 결정을 시사하면서도 "전반적인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그의 발언은 즉각 국채 금리 하락, 달러 약세로 이어져 금값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TD 시큐리티스의 바트 멜렉 글로벌원자재 전략책임자는 "이는 물가안정목표 도달 전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을 시사한다"면서 "금에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독립 금속 트레이더인 타이 웡 역시 "금 강세론자들은 파월 의장의 관례적인 ‘신중한 접근’ 방식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금 거래에 참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파월 의장을 비롯한 Fed 당국자들로부터 신중론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연내 인하 경로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 우려도 인플레이션 경계감과 맞물려 최근 금값 상승의 배경이 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위드머 원자재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높은 미국 부채 수준 우려에 대한 보호 메커니즘으로 금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초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앞서 금값을 끌어올린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
은, 플래티넘, 팔라듐 등도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은값은 4% 이상 뛰어 온스당 27달러 선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플래티넘과 팔라듐도 각각 1% 이상 올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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