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발행 잔액 7900억‥역대 최대
적자에도 북미 태양광 투자 늘려
"투자속도 제어 필요" 지적도
한화솔루션이 실적 부진 속에 해외 태양광 투자를 확대하면서 차입금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태양광 패널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재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한화솔루션이 투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1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신규로 발행했다. CP 발행 잔액은 기존 6400억원 규모에서 79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초 2700억원이던 잔액이 약 1년 3개월 동안 5200억원 순(純)증한 셈이다. 2일에는 만기가 돌아온 CP 700억원어치를 차환 발행했다.
한화솔루션은 CP 외에도 차입금을 계속 늘려왔다. 올해 1월 1500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1월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와 CP 상환에 사용했다. CP 상환에 일시적으로 4000억원대로 줄었던 CP 잔액은 최근 잇따른 발행에 역대 최대치로 증가했다. 지난 2월에는 우리은행이 주관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잇따른 차입은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케미컬 부문의 실적 부진으로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2.7% 줄어든 13조2887억원을, 영업이익은 37.4% 감소한 604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553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올해에는 지난해 케미컬의 부진을 떠받치며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실적 전망도 나빠졌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판매가격(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모듈 판매량 감소와 판가 하락으로 1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얘기한 바 있다.
실적 부진 속에 투자는 계속 늘리고 있다. 미국 태양광 잉곳·웨이퍼·셀·모듈 부문 증설에 2025년까지 연간 약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미컬 사업에서 EVA(에틸렌초산비닐 공중합체) 설비, 고부가 가성소다 등의 증설이 예정돼 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미국 조인트벤처(JV) 한화퓨처프루프에 대한 지분 출자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최근에는 지주사인 (주)한화로부터 모멘텀 부문의 태양광 장비 사업을 370억원에 매입했다.
차입을 늘리면서 연내 총차입금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9조5554억원 규모다. 2021년 6조원대 초반 수준에서 2년 만에 3조원 이상 증가했다. 1년 이내에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도 3조8000억원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투자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의 지난해 영업현금흐름(OCF)이 1조원대 밑으로 떨어졌고 이는 1년 이내 만기 차입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투자 속도를 제어하면서 재무 안정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CP 발행잔액 중 상당액은 시중은행이 매입하기로 한 장기매입약정 상품으로, 실제로 연내 만기 도래하는 CP는 500억원가량으로 크지 않다"면서 "회사 보유 예금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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