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해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기업에서 발행한 회사채는 약 6060억달러(약 816조3000억원)로 추산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늘어난 수치로 199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투자등급 신디케이트론 공동책임자인 테디 호지슨은 "통상적인 형태의 일정보다 두 달 정도 앞서나가고 있다"면서 "확실히 이 모든 공급의 원동력은 (미국의)대선"이라고 진단했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박빙 대결을 앞두고 기업들이 일찌감치 하반기 발행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회사채 발행에 나선 주요 우량 기업들로는 포드, 도요타, 캐터필러,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이 확인된다.
호지슨 책임자는 "대부분의 기업, 특히 (회사채를) 자주 발행해온 기업들은 ‘2024년 상반기 중에 대부분의 자금조달을 완료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후 선거를 치르고, 어떤 이유든 시장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2025년을 시작하기 위해 연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헬스케어, 에너지, 중국 관련 기업 등 특정 부문은 대선 결과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 간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최근 시장 상황도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현재 투자등급 채권 스프레드는 평균 0.93%포인트에 그친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가장 타이트한 수준이다.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평균 역시 3.12%포인트로 2021년 12월 이후 최소치다.
시티의 북미 채권 신디케이트론 책임자인 존 매콜리는 "전반적으로 거래량 증가, 스프레드 축소로 기업의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스 책임자 역시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 역사적으로 타이트한 수준의 신용 스프레드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까지 기다리기보다 지금 발행에 나서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몇 달간 기업공개(IPO) 움직임도 바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트루스소셜의 모회사인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과 레딧의 성공적인 IPO 역시 긍정적 시그널이다. 전환사채(CB) 발행도 나란히 급증했다. 올 들어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170억달러 상당으로 집계됐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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