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도 속겠더라니까.” 유명 영화배우 A씨가 한숨을 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자신을 사칭한 ‘가짜 광고’가 유튜브, 인스타그램에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고해서 5개를 지우면 50개가 생긴다”며 허탈해했다.
취재 결과 ‘유명인 사칭 피싱 범죄’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버젓이 ‘허위 광고’를 내줬다. 이 가짜 광고 영상 조회수는 50만회에 육박했다. 여기에 속아 투자한 피해자 대부분 “‘유튜브가 믿을 만한 광고만 했겠지’ 믿었다”고 했다. 하지만 유튜브는 TV·옥외 광고만큼 증빙을 요구하며 까다롭게 심의하지 않았다.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었다. 대학교수, 경찰, 금융계 종사자도 당했다. ‘보이스피싱’ 초기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피싱범들 일부 본거지가 중국, 인천, 부천 등이었다. 이들은 피해자를 교묘하게 ‘가스라이팅’ 하고, 돈 없는 서민들에게 대출까지 알선했다. 지난해 소액 사기로 ‘간’을 보던 피싱범들이 올해 들어 판을 키웠다. 최근 두 달 사이 피해금액이 1100억원이 넘지만, 전담 부서를 꾸린 기관·플랫폼은 없었다. 사건들이 ‘투자리딩방’ 불법 행위로 분류되다보니 ‘보이스피싱’처럼 긴급출금 정지 조치가 어려워 피해금액을 찾을 수 없다.
대응책을 묻는 기자에게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열심히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관들은 우왕좌왕하며 답변을 미루기 바빴다. 한 취재원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가 ‘뺑뺑이’ 돌다 지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IP 주소 추적하고, 불법거래소 사이트를 내리고 할 일이 많은데 손 놓고 있다. 돈 받고 피싱사칭범 광고 올려줘, 범행 사이트 방치해, 범죄 현황 파악도 못 해, 수사 부서도 없어, 피해금 못 찾아. 피해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온라인에는 ‘사람’이 없다. ‘계정’만 있다. 계정과 사람은 다르다. 계정만 삭제하면 사람을 잡지 못한다. 온라인 범죄가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법천지’ 온라인 세상에서 이들 범죄는 더 무섭게,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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