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에 7년간 정책금융 420兆…은행도 펀드조성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약 8600만t
은행권, 기은·산은과 펀드 공동출자도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총 42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 은행권 역시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약 10조원을 출자해 미래 에너지 및 기후기술 관련 펀드도 조성, 모험자본 공급에 나선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속 신용회복지원 시행 행사'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 민간위원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시중은행장·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KDB산업·IBK기업·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등 5개 정책금융기관의 연평균 녹색자금 공급량을 직전 5개 연도 평균(36조원) 대비 67% 확대한 6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2030년까지의 총 공급액은 420조원에 달한다.

공급액 420조원 중 141조원은 저탄소 전환에, 279조원은 저탄소 설비투자와 제품 제작, 기술지원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특히 당국은 향후 자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금융 공급량을 올해 48조6000억원, 2030년 74조4000억원 등으로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이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이 약 8597만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30년 국가 감축목표(2억9100만t) 대비 29.5%에 이르는 규모다.

민관 협력을 통한 자금공급에도 착수한다. 모험자본 자금 수요 약 54조원 중 일부인 23조원을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함께 부담하는 방식이다. 2030년까지 신재생발전 증설 관련 소요자금은 총 188조원, 이 중 금융 수요는 약 160조원으로 추정되나 대출·회수에 이르는 과정이 긴 산업 특성상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예컨대 해상풍력 발전의 경우 대출부터 회수까지 약 2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30년까지 9조원(산업은행 1조8000억원·5대 은행 7조2000억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1차로는 1조2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후 6개 출자 은행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필요시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위험흡수능력을 고려, 위험가중치를 현행(400%) 대비 대폭 내린 100%로 인하해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부담을 경감토록 한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개발을 위해 기후기술 분야에도 민관이 함께 약 9조원을 공급한다. 기후기술은 연평균 24.5%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이나, 초기 경제성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이에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은 총 1조500억원의 자금을 내 민간자금(1조9500억원)을 매칭, 총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 펀드를 조성한다. 1차로 3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필요시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혁신성장펀드(3조원), 성장사다리펀드(1조원) 등을 통해서도 기후기술을 육성한다.

제도개선도 병행한다. 당국은 연내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의 여신적용을 돕는 '녹색 여신 관리지침(가칭)' 마련을 추진하며, 금융권 기후리스크 심포지엄을 열어 이와 관련한 관리강화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국은 관계 부처, 관계 기관과 '기후금융 협의체'를 구성해 자금이 적재적소에 공급되도록 유도하는 한편 2050년까지 필요한 금융지원안을 마련하기 위해 '미래대응 금융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장기 과제를 발굴·검토한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금융지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준비에 은행권이 동참하게 돼 뜻깊다"며 "은행권은 녹색 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통해 우리나라 기후 위기 대응과 미래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전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녹색금융을 지속해서 확대해 기업의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겠다"면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기후기술 육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녹색 산업의 육성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참하는 은행권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례 없는 기후변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꼭 풀어야 할 문제"라며 "오늘 대책은 정부·정책금융기관·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마를 내디딘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