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이 형식주의, 관료주의, 밑바닥에서부터 커진 체념 등으로 인해 속이 텅 빌 위기에 처했다고 우한대의 한 저명학자가 지적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우한대에서 농촌 거버넌스 전문 사회학을 가르치는 루더원 교수는 최근 농촌 답사를 마친 후 위챗에 올린 글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실체보다는 피상을 향한 경향이 있고 이는 사회적 침체로 이어져 우리 시대 가장 중대한 위기가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루 교수는 "풀뿌리 정부들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상급 당국에 보고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면서 "마을 수준의 조직은 지역사회 봉사보다 상위 지시를 충족시키는 것을 우선시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할 때도 종종 이는 고위 관리들을 위한 쇼 차원"이라고 비판했다. 농촌 답사 과정에서 중국 곳곳에 퍼진 형식주의와 관료주의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학 역시 혁신 인재 양성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조치는 저급한 수준의 반복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에서 루 교수는 공무원, 교사, 의사, 기업인, 국영기업 직원 등 중학교 동기들과의 동창회에서도 모두 직장 내 형식주의 경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형식주의가 학계에도 피해를 줬다고 강조했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으나 이미 위챗에서 널리 퍼진 상태다.
루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이 중국 경제의 회복 부진과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비관주의와 체념이 스며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산업단지 내 공장들은 생산능력 이하로 운영되고 있고, 일부 공장에서는 수많은 주문이 밀려옴에도 이윤 폭이 급감했다. 또한 부진한 내수로 인해 일부 공장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국가와의 대외 무역으로 전환했으나, 이 또한 대금 징수 측면에서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일할 의향이 있는 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임금에 대한 협상은 금물"이라며 "과거에는 노동자들이 초과근무 수당이 전액 지급되지 않으면 항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항할 경우 공장이 즉시 (수당을) 지급한 후 그들을 내보낸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 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최고 지도부의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펑 회장은 "당국자들이 책임지기를 꺼리면서 상징적 제스처에 대한 실질적 결과를 무시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후 경제 성장이 회복되지 않고 압박이 높다면 정책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렇지 않고 같은 길을 고집할 경우 암울하고 잠재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회는 3월5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