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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전자폐기물에서 구리 캔다…고려아연 울산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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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리 함유 인쇄회로기판 잘게 부숴 선별
구리 한해 3만t 생산…수요 급증에 추가 건설

세계 최대 비철(非鐵)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소재 노다지’로 재탄생하고 있다. 노다지 진원지는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3공장 내 전자폐기물 처리공장. 지난 2일 방진 마스크와 안전모를 쓰고 입구에 들어서자 ‘윙~윙~’거리는 육중한 기계음이 쉴 새 없이 들렸다.


공장 구석에서는 굴착기 1대가 작업 중이었다. 굴착기는 세탁기 버튼이나 노트북, 휴대폰 부품부터 산업용 리액터 조작기까지 산처럼 쌓인 폐전자제품들을 파쇄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 부품들의 정체는 쓰다 버린 전자제품에서 떼어낸 인쇄회로기판(Printed Circuit Board·PCB).


[르포]전자폐기물에서 구리 캔다…고려아연 울산공장 가보니 파쇄 직전 공장 한편에 쌓여있는 전자폐기물 [사진=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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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B는 유리섬유, 에폭시수지(PP)로 만든 절연 기판과 전도성을 지닌 구리를 층층이 쌓은 것으로, 쉽게 말해 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판을 말한다. 금, 은, 동(구리) 등 다양한 유가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최태우 제련2팀장은 “지난해 연 1만8000t의 폐PCB를 처리했다”며 “내부적으로 폐PCB 처리 용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원료 처리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폐PCB를 파쇄기와 분쇄기로 잘게 부순 뒤에는 먼저 철과 알루미늄을 각각 자성과 자력을 이용해 선별한다. 철스크랩은 연 제련 공정에 투입하고 알루미늄은 외부에 판매한다.


[르포]전자폐기물에서 구리 캔다…고려아연 울산공장 가보니 파쇄된 폐PCB들이 선별기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최서윤 기자]

철과 알루미늄을 제거한 폐PCB를 섭씨 700~800도 고온의 소성로(가마)에 구워 경화시킨다. 딱딱한 PCB를 구워서 유가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가루 형태의 소성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생산된 소성품은 유가금속 회수를 위해 동제련소로 넘긴다. 수명 다한 전자제품에서 유가금속을 뽑아내는 ‘도시 광산(urban mining)’인 셈이다. 최 팀장은 “일반 광산에서 뽑아내는 것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유가금속을 회수할 수 있다”며 “버리는 금속이 없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3공장 건너편 2공장에 있는 동제련소에서는 구리(동)를 생산한다. 앞선 공정을 통해 생산된 소성품을 비롯해 고려아연의 주요 제품인 아연과 연 제련 후 남은 부산물 등이 동제련 과정을 거치면 연간 3만t 정도의 동이 만들어진다. 동정광을 활용하지 않고, 순환자원을 통해 동을 생산하는 것이 고려아연 강점이다.


[르포]전자폐기물에서 구리 캔다…고려아연 울산공장 가보니 전기분해 후 음극판에 붙은 구리 [사진=최서윤]

상태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불량 없이 깨끗한 A급 구리를 이차전지용 핵심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자회사 케이잼(KZAM)이나 전선업체에 납품한다. 케이잼은 2027년 말까지 연 6만t의 동박을 생산할 계획으로, 원재료 선제 확보가 중요하다.



강성호 융합혁신팀 책임은 “동박은 전자제품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원재료인 데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내년 상반기까지 온산공장 내에 동제련소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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