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소매판매 전월比 0.8% 감소
산업·제조업 생산도 ↓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5일(현지시간) 소매판매 감소 소식에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다. 개장 전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가 월가 전망치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이틀 전 발표된 물가 지표에 과잉 반응했다는 심리가 매수세로 이어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48.85포인트(0.91%) 상승한 3만8773.1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29.11포인트(0.58%) 오른 5029.73으로 장을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7.03포인트(0.3%) 뛴 1만5906.17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테슬라와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이 각각 6.2%, 2.3% 상승했다. 전날 2.5% 오르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오른 엔비디아는 1.7% 내렸다. 시총 3위 자리는 지켰다. 지난해 4분기 실적 호조를 달성한 셰이크섁이 25.7% 뛰었다. 시스코는 전체 직원의 5% 감원 계획 발표와 연간 실적 전망 하향 후 2.4% 내렸다.
이날 오전 공개된 소매판매 지표가 증시 매수세 유입을 견인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줄어든 7003억달러로 집계됐다. 약 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망치(-0.3%) 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소비가 줄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폭은 전월 대비 0.6%에서 0.4%로 하향됐다. 소매판매 지표는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버팀목으로 종합적인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지난달 소매판매 감소로 미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식어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2분기 금리 인하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금리 전망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오는 5월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36% 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35%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소매판매 감소가 확인되는 한 주 동안 엇갈린 지표들이 쏟아지면서 시장은 이들 지표 사이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방향을 가늠하고자 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산업생산과 고용 지표도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1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 대비 0.1% 줄었고, 산업생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반면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2월4~1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8000건 줄어든 21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예상치(21만9000건)를 밑도는 수준이다.
B.라일리자산운용의 수석시장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적당히 뜨거운 CPI로 우리는 과도한 반응을 보였다"며 "우리는 이번 주 남은 기간 (조정분) 일부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제가 좋은 예였고, 오늘도 같은 종류의 상승세를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공개되는 지표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 E-트레이드의 매니징 디렉터인 크리스 라킨은 "오늘의 취약한 소매판매와 온건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모두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 랠리가 더 높아질수록 개별적인 경제 데이터가 금리 인하 논의와 맞지 않을 때 하락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내린 4.24%,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bp 오른 4.58%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소매판매 감소로 인한 달러 매도 속에 1% 넘게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9달러(1.8%) 오른 배럴당 78.03달러, 브렌트유는 1.5%(1.26달러) 상승한 82.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