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퇴직간부 77명 38억대 손배소
대법 '집단적 동의권' 인정 여파
현대차 이은 두 번째 '임피제' 소송
기아의 퇴직 간부사원 77명이 간부에게만 적용하는 취업규칙을 통해 임금과 수당 지급에 있어 불리하게 처우한 것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3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회적 상당성을 이유로 근로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없다’며 45년 만에 기존 입장을 변경한 뒤 현대차 퇴직 간부들이 소송을 낸 데 이은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아 퇴직 간부 77명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 "기아의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위반과 간부사원에 대한 차별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며 임금피크제 실시에 따른 임금 차액과 연월차 휴가 수당 등 차액 5000만원 및 이자를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선청구 금액만 총 38억5000만원으로, 추후 청구 금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기아 퇴직 간부 77명은 지난해 12월 퇴직한 63년생으로 추후 62년생과 61년생 퇴직 간부들의 소송도 추가로 제기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아는 2004년께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하는 이른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했다. 기아는 2015년께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원고들은 단지 간부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아가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고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않았으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후 몇 년 후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원고들을 차별했는데, 이러한 피고의 행위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별도로 제정한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산정되는 연월차 휴가 수당 등 임금 및 복지혜택의 차액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5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 제기된 두 번째 소송이다. 앞서 대법원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예외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를 다수 내놨는데, 지난해 5월 45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는 경우, 이는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단서를 위반한 것으로서,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기아의 경우에도 현대차와 동일한 방식과 경위로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제정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지난해 12월 말에 제기됐던 현대차 간부사원 퇴직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쟁점이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근로자별로 최대 10년 치의 임금차액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고, 만약 원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예비적으로 임금채권의 소멸시효인 3년 이내의 임금차액을 청구했다”며 “기아의 경우 매년 100명 정도의 간부사원이 퇴직하고 있어서, 잠재적 소송 참가 인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아 측은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대차 퇴직 간부 32명은 지난해 12월 이번 소송과 유사한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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