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견으로 본회의 상정 안 돼
27일 법 시행은 불가피
다음달 8일까지 임시회...여야 추가 논의 가능성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미루는 법안이 25일 끝내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않았다. 여야 간 이견과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50인 미만 업장에도 중대재해법 시행은 이제 불가피해졌다. 소급입법 가능성 등이 아직 남아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극적인 합의안을 도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79건의 법안을 처리했지만 이 가운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은 빠져 있었다. 여야는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상대방 탓을 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오전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이 오늘 통과가 안 될 것 같다"며 "현재까지 국민의힘과 정부 측에서는 제가 이야기했던 조건에 어느 하나 응답해오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2년간 준비가 안 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정부 측의 사과도 없었고, 그리고 앞으로 그러면 유예될 2년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과 예산 투입을 할 것인지 가져오라 했지만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다"며 "만약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고, 또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우리 당의 요구까지 걷어찬 정부여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요구가 이뤄졌는데도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정은 1조2000억원의 직접 재정 투입을 비롯해 관련 전문 인력 양성 또 안전장비 및 설비 지원 등 노사 양측에서 요구하고 있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고, 중소기업계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하지만 민주당은 당정의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추가 조건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끝까지 산업안전청 설립을 고집하는 것은 애초에 유예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며 "법이 확대 적용되면 대규모 폐업과 대량 실직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우리 정치권은 민생 파탄의 주범으로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가 책임론으로 열을 올렸지만 협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 본회의 회의 시간에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추가 논의를 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회 역시도 이날 1월 임시회 회기를 다음달 8일까지로 했다. 여야 합의에 따라 본회의 등을 추가로 잡아 소급입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문제는 여야의 의지다. 일단 여야 모두 이 문제가 올해 총선 표심에 미칠 영향에 민감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물론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그동안 중대재해법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반발 가능성을 우려한 탓이다. 다만 야당으로서는 정부나 여당이 난색을 밝힌 산업안전청 문제에서 어떻게든 명분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여당으로서는 야당 책임론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동네 음식점과 빵집 등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중소기업은 물론 중소 자영업자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심판론만을 앞세우기에는 집권당으로서 산업계의 혼란을 손 놓고 볼 수 없다는 부담감도 큰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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