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스위스의 한 소비자단체가 누구나 알 만한 세계적인 기업 6곳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친환경을 가장해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송을 당한 쪽은 음료업체 '코카콜라', 렌터카 기업 '에이비스(Avis)', 스위스 1위 통신사 '스위스콤', 스위스 난방유 유통업체 '쿠블러 하이촐, 부동산 매매업체 '에이전트 셀리', 스위스 '취리히동물원'이었다. 소송 당사자인 스위스소비자보호재단(SKS)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제소한 기업들의 광고에 소비자들이 속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친환경 슬로건을 달고 광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KS는 또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이나 난방유 사용 등을 탄소중립과 연계하는 광고들이 나오는데, 우리 분석에 따르면 많은 주장이 과장되거나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위장(whitewashing)'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 '위장환경주의'라고도 한다. 특정 기업이 제품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축소하고 재활용 등 일부 과정만 부각시켜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행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친환경 소재만을 내세우고 제조 과정은 설명하지 않거나, 재활용만을 홍보하는 것 등도 있다.
일례로 한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의 경우 종이 빨대를 도입했다며 '친환경'을 홍보했지만 한편으론 프로모션용 플라스틱 굿즈(기념품)를 나눠주며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다회용)' 컵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정작 내놓은 것은 폴리프로필렌 소재로 다소 두껍게 만든 용기여서 과연 환경보호라고 말할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그린워싱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미국의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벨트가 기업의 가짜 친환경 홍보를 비판하며 처음 사용했는데, 2007년 마케팅 회사 테라초이스가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기준에 한 가지가 더 추가돼 현재는 ▲상충효과 감추기(친환경적인 일부 속성만 강조해 다른 환경 여파를 숨김) ▲증거 불충분(근거 없이 친환경성을 주장) ▲애매모호한 주장 ▲부적절한 인증라벨 ▲관련성 없는 주장 ▲유해상품 정당화(환경에 해로운 상품에 친환경적인 요소를 적용) ▲거짓말 등 7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무늬만 친환경'인 경우를 가릴 수 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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