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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건설사들… 차입금 만기마다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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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건설, 240억 채권 만기 앞두고
사모채 발행 겨우 40억 불과
캠코·신보 지원액 턱없이 부족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이후 건설사들이 힘겹게 만기 차입금에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안 그래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데 태영건설 사태로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담보부사채나 옵션부사채, 기업어음(CP) 등으로 버텨왔던 건설사들이 올해 만기 차입금 차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줄 마른 건설사들… 차입금 만기마다 고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결정된 다음날인 12일 태영건설 본사 사옥에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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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신용경색 심화‥만기 채권 차환 어려워
돈줄 마른 건설사들… 차입금 만기마다 고비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수건설은 전날 4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오는 22일과 26일 순차적으로 140억원과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를 상환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다른 자금조달 수단을 찾거나 부족한 자금을 보유 현금으로 어떻게든 상환해야 하는 형편이다. 오는 3월과 4월에도 130억원, 1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돌아와 상환이나 차환에 대비해야 한다.


이수건설이 발행한 사모채는 과거에 비해 만기가 짧아지고 금리는 높아졌다. 이수건설은 6개월, 1년 만기로 만기별로 20억원씩 사모채를 발행했다. 과거 1년, 1년6개월 만기로 자투리 채권을 연이어 발행해 왔으나 이번에는 만기 1년을 넘기지 못했다. 금리는 7%대 후반에서 8% 수준으로,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채권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 건설사로서는 이마저도 양호한 상황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건설의 경우 자체 신용도는 낮지만 모회사인 이수화학이 대부분의 채권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이수화학도 신용도가 높지 않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와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소액이나마 채권 발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 다른 건설사들도 걱정이다. 대우건설, SK에코플랜트, DL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채권 만기도 연내 대기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오는 29일 500억원 규모의 사모채 만기를 맞는다. 시공능력 최상위권의 우량 건설사여서 500억원 정도의 차입금 차환 및 상환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너무 악화해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자는 "대우건설의 경우 고금리를 감수한다면 만기 채권을 차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도급 순위 최상위권인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 정도를 제외하고는 채권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려워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방 건설 사업장이 많은 중소형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다. 부산, 대구, 울산 등의 지방 건설 사업장이 많은 아이에스동서는 오는 3월 초 7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만기로 9%대의 고금리로 발행한 채권이다. 이후에도 일반 회사채와 담보부사채 등의 만기에 대응해야 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 도급순위 최상위권이나 우량 대기업 그룹사 계열 건설사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채권 소화가 잘 안 된다"면서 "신용등급 A 미만의 건설사들은 만기 채권 차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차입도 어려워" CP 잔액도 줄여

기업어음(CP·단기사채 포함) 등 단기차입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은 만기 CP를 울며 겨자 먹기로 상환해 CP 잔액을 줄여왔다.


한라그룹 계열 건설사는 에이치엘디앤아이(HLD&I)한라는 지난해 CP 잔액을 1100억원까지 늘렸다가 지난해 말 110억원까지 줄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만기 CP 차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만기 CP를 순차적으로 상환해 왔다.


지난해 말 CP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한 한신공영은 지난해 초 500억원이던 CP 잔액이 지난해 10월 '0원'이 됐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CP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만기 도래하는 CP를 차환하지 못하고 순차적으로 상환해 온 결과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견 건설사들이 단기 CP와 투자자가 만기 전에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옵션부사채, 우량 자산이 담보로 제공된 담보부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다"면서 "올해는 이런 대체 자금조달 수단도 활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댈 곳은 캠코·신보 지원뿐‥"부실 걱정에 지원액 충분치 않아"

건설사들이 믿을 구석은 정부 지원뿐이다. KCC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을 담보로 제공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보증을 받아 625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알짜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서 신용도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한양, 한신공영, 계룡건설 등 BBB급 건설사들은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보증을 받아 사모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차입금 만기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신보 지원으로 발행한 사모채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캠코나 신보 등 정부 지원도 건설사들의 자금난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신보나 캠코나 부실률이 높아지는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하므로 건설사들이 어렵다고 해서 무한정 자금을 지원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모회사 지원이나 사업장 매각 등의 재무 개선책을 만들어 스스로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건설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여러 지원책을 만들어 실행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온기를 느끼기 어렵다"면서 "태영건설 채권 금융기관 담당자에 부실에 대한 면책 혜택을 준 것처럼 캠코나 신보의 건설사 자금 지원에도 일부 면책을 허용해 주는 등의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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