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 한국 기업이 많은 건 그만큼 우리 기업 위상이 높아졌단 거죠. ‘CES는 한국 전시회’라고 자학할 필요 있나요."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내 전시한 주요 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 전문 전시관 ‘유레카 파크’는 말 그대로 한국 스타트업의 독무대에 가까웠다. 1200개가 넘는 참여 기업 중 500개 이상이 한국 기업 부스였다. "이럴 거면 서울 코엑스에서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들렸다.
이런 평가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대부분이 CES를 찾았기 때문이다. 유레카 파크에만 500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부스를 차렸으니 컨벤션센터 등에 부스를 차린 기업 관계자들까지 합친다면,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수천명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한국 스타트업이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은 아니다. CES를 주관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혁신상’ 역시 전체 310개 중 60여개가 한국 스타트업에서 나왔고 1억2000만달러(약 1608억원) 규모 현장 계약을 거두기도 했다. 이들은 CES에서 자사 제품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을 체험할 수 있다. 단지 구경을 하기 위해 방문한게 아니라 그만큼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무대를 상대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창업 생태계가 그만큼 풍성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매년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혁신은 나오지 않지만 글로벌 최첨단에서 경쟁하는 기술들이 CES에 몰린다. 전세계 주요 기업들의 고위 인사와 투자자들이 이 전시회를 들여다본다. 우리 기업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대기업·지자체·기관의 뒷바라지도 있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 등의 협조도 무시할 수 없다. 스타트업을 제대로 보육·지원하는 여러 노력이 라스베이거스를 한국 무대로 만든 것이다. 우리 산업의 미래먹거리가 전세계로 뻗어나가는 가능성을 엿봤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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