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이브리드차 등록 147만대…1년새 36만대↑
휘발유 차량 1년간 24만대 늘어 첫 역전
"전동화 현실적 대안" 업계 신차출시 활발
지난해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증가 속도가 가솔린차를 처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주춤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부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연료별 자동차 등록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하이브리드차는 147만8101대로 일 년 전보다 35만9495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1206만9043대에서 1231만4186대로 24만5143대 늘었다. 이보다 앞서 2022년엔 휘발유와 하이브리드차량이 각각 30만9476대와 24만7900대 늘어났는데, 일 년 새 상황이 역전됐다. 국내에 등록된 전체 자동차 가운데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5.7%로 1년 사이 1.3%포인트 높아졌다.
신차 판매만 보면 휘발유 차가 아직 더 많다. 하지만 오래되거나 사고 등으로 말소하는 차량도 그만큼 많아 하이브리드에 견줘 증가 폭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집계에는 디젤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압축천연가스(CNG) 하이브리드차량은 대수가 많지 않아 포함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차 증가는 전기차 속도 조절 기류와도 맞아떨어진다. 전기차는 여전히 비싼 데다 보조금까지 줄어들면서 증가 폭은 과거보다 둔화한 상태다. 충전 인프라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다. 전기차는 앞서 2022년 한 해 동안 15만8412대 늘었는데, 지난해에는 15만4045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해 가파르게 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한 상태다.
올해도 하이브리드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지난해 국내 최다 판매 모델 현대차 그랜저는 일반 가솔린 모델보다 하이브리드가 1만대 이상 더 팔렸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기아 쏘렌토 역시 하이브리드가 5만7000대가량 팔려 가솔린(2만8702대) 판매 실적의 두 배에 육박했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 니로와 K8도 하이브리드가 더 잘 팔리는 차종이다. 기아는 가동률이 떨어지는 중국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엔진을 가져와 국내에서 완성차를 만드는 방안을 지난해 노사가 합의했다.
고가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별도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올 하반기 중형 SUV급 신차를 하이브리드로 내놓을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지난해 중국 친환경차 기업 BYD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 이르면 후년께 신차를 내놓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수입차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활발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브랜드별로 보면 일본 도요타나 혼다는 풀하이브리드, BMW·메르세데스-벤츠·볼보 등 유럽계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모터의 역할이 적은 이른바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팔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내연기관 판매금지 시점도 다소 연기되는 등 각종 정책 측면에서 하이브리드 차종이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매가 늘어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면서 가격이 내려간 점, 중형급 이상 SUV 차종에선 마땅한 전기차 모델이 없는 점 등이 맞물려 당분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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