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헌 건국대 교수 인터뷰
"이산화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설비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합니다. 해외에는 이 비용을 전가할 만한 수단이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CCUS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유동헌 건국대학교 산학 협력 중점 교수 지난 9일 인터뷰에서 CCUS의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처럼 국내에서도 탄소차액계약제(CCfD·Carbon Contract for Difference)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2021년 출범한 K- CCUS 추진단에서 전문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전에는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오랜 기간 에너지정책을 연구했다.
CCUS는 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반면 수익화 모델이 마땅치 않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에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원유회수증진(EOR)에 이용하면서 이 문제를 풀고 있다. 유럽에서는 탄소세가 높고 배출권 가격이 비싸 기업들이 CCUS에 투자할 유인이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CCUS에 투자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100유로를 오르내리는 유럽과 달리 국내 배출권 가격은 1~3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EOR처럼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할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CCUS 목표를 오히려 올려잡았다. 지난해 3월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산화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2030년 기준 1120만t. 기존 목표치는 1030만t이었다.
하지만 국내 CCUS 관련 기술 수준과 관련 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국내 CCUS 기술은 미국 대비 80% 수준이며 5년의 기술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렇다고 전 세계가 CCUS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유 교수는 "지금 당장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고 CCUS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둘러 선진국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 경험을 살린다면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배출권거래제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 국내에서 기업들이 CCUS 기술 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탄소차액계약제다. 이는 기업이 감축 시설에 투자할 경우 정부와 합의해 탄소 가격을 계약하고 배출권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기업은 경제적인 손해를 걱정하지 않고 온실가스 감축 시설에 투자할 수 있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가 탄소차액계약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유 교수는 정부의 이산화탄소 포집 목표(연간 1120만t)를 감안할 때 연간 5000억~2조원의 보조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 교수는 "국내 CCS 기술력은 EU의 80% 수준이며 탄소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해 정부 초기 지원없이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탄소차액계약제를 도입해 민간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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