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규제완화 대책 발표했지만
서울 마포구 우성·도화현대 등
경기 냉각에 매수 문의도 없어
"매수 문의가 없습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도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지요."(서울 도화동 C공인 대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책을 앞세운 1·10대책을 발표했지만 30년을 넘겨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에서도 매수심리는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인 도화3지구 우성아파트는 정책 발표 이후 첫 주말에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아파트 정문에는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축하드립니다’라고 쓰인 현수막 5개가 걸려있었다.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건설사들과 신탁사들이 붙여둔 현수막들이다.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급매’와 ‘급급매’ 매물까지 화이트보드에 써둔 공인중개업소도 있었다. 그러나 중개업소를 찾는 발걸음은 뜸했다.
A공인 대표는 "우성아파트는 정비구역 지정만 하고 이제 사업을 추진하면 되는데, 아직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동의서 모집 등을 거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유자가 거주하는 비율이 50% 수준이어서 연락처 명단을 채우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1222가구 규모의 도화3지구 우성아파트는 1991년 준공된 아파트로, 지난해 11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E등급을 받아 정밀안전진단 없이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추진준비위는 오는 18일 정비사업계획 수립에 앞서 도시계획 업체들을 초청한 설명회를 진행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1·10대책 발표 이후 추진위원회-조합설립까지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그 옆에는 DL이앤씨와 삼성물산 등 건설사들이 놓고 간 홍보물들이 놓여 있었다.
A공인 대표는 "실거래는 6개월 넘게 없었고 매수문의 연락도 거의 없다. 아직 금리도 높고 전세가율도 낮은 구축 아파트라 호가는 2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면적 68㎡ 기준 호가는 급매물 기준 10억5000만원부터 11억원 후반대에서 12억원까지 나와 있다.
B공인 대표는 "정책 영향은 전혀 없다. 호가가 오르거나 내리지도 않고 냉담하다"며 "재건축 규제를 다 푼다고 해도 결국 분담금이 많고, 평균 5억원 이상 넣어야 할 수도 있는데 누가 하려고 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대조1구역이나 잠실 진주 같은 공사비 갈등, 태영건설 워크아웃 같은 상황도 깔려있어서 이런 분위기가 오래갈 것 같다"고 했다.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마포구청 통과’라는 현수막이 걸린 마포 도화동 현대1차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도화현대1차는 1996년 준공된 아파트로 1021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매도자와 매수자 간 시각차로 매물이 많지 않고 매수 문의도 뜸하다는 게 중개 업소의 설명이다.
도화동 C공인 대표는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하니 예전만큼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총선도 얼마 남지 않았고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고 나니 매도자들은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매수자들은 시장 분위기에 부정적이어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완화책이 부동산 경기와 맞물리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지금은 워낙 소강상태라 큰 영향이 없는 것 같다"며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됐다고 해도 재건축은 결국 사업성에 따라 나뉠 것이고,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인가가 동시에 가능해져서 사업시행 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되면 차입받아 안전진단 준비 정도는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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