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극단적 발언으로 팬층 형성
트럼프와 유사한 포퓰리즘적 행보"
'X' 광고 수입 1년 새 반 토막 추정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내놓는 극단적인 화법이 포퓰리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 같은 화법이 처음엔 팬층 형성으로 사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지만, 이제는 역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초기 포퓰리즘 지지자 구축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가 된 트럼프와 유사하다고 짚은 후 이 같은 방식이 최근 들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들은 수년간 X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내놓는 도발적인 발언들이 정치적으로 틀릴 수 있고, 때로는 조잡하다”면서도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들 사업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더 큰 성공을 거두는 데는 ‘머스크의 입’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는 지난 9일 X에 기업체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을 상징하는 약어 ‘DEI’가 항공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민자=잠재적 테러 집단’이라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비행기가 추락해 수백 명이 죽어야 이 미친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썼다. 미국 선거 시스템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부가 이민자 수용을 위해 집을 빼앗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머스크의 마약 복용 의혹이 제기된 지난 7일 이후 일주일이 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WSJ는 “최근 며칠간 머스크가 트럼프식 방식의 사례를 수용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도 했다.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도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머스크는 X에 마약 복용 의혹을 부인하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썼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유세 때 “5번가 한가운데 서서 누군가를 쏴도 난 유권자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대사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화법은 머스크가 트럼프처럼 초기 자신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회로 작용했지만 사업이 크고 난 이후에는 순항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반유대주의 음모론을 담은 X 사용자 글에 동조 댓글을 달았다. 또 X에서 나치 관련 콘텐츠 옆에 주요 광고가 배치돼 있다는 한 미디어 감시단체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대기업 광고주들이 줄줄이 X에 광고를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X의 광고 수입이 2022년 대비 50%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머스크도 최근 X가 광고 수입 감소로 파산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머스크 주력 사업이자 미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 주가는 전기차 경쟁 심화, 수요 둔화 등 이슈로 올해 들어 12% 하락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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