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3건 기소·영장청구 5차례 모두 기각… 잡음만 유발
출범 초 임용 검사 13명 중 11명 사직… 2기 공수처도 안갯속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설치된 지 3년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초대 공수처장인 김진욱 처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20일 공수처 1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1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가 현재까지 직접 기소한 사건은 3년 동안 단 3건에 불과한데 이 중 한 건은 2심까지 무죄, 다른 한 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손준성 검사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오는 3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청구했던 5번의 구속영장은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설계부터 문제였던 공수처가 수사 경험이 전무한 판사 출신의 처장과 차장으로 지휘부를 구성하면서 사실상 비극적 결말이 예고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A 차장검사는 "애초부터 기형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져서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며 "수사를 해본 적도 없는 분들이 지휘를 어떻게 할 것이며 검사들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잡음을 만들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던 중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처장 관용차로 에스코트해 이른바 ‘황제 소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사와 기자 등 불특정 다수의 통신자료를 수집하기도 했고,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해 편향적인 수사를 한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공수처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해보지도 못하고 삐걱거리면서 김 처장 임기 내내 공수처를 이탈하는 검사와 수사관이 속출했고, 구인난에 시달리면서 수차례에 걸쳐 부장검사와 검사 모집 공고를 냈다. 현재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고 출범 초기 임용됐던 1기 검사 13명 중 남아있는 검사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차장검사 출신 B 변호사는 "공수처가 비판을 받을 때마다 김 처장은 인원이 부족해 수사하지 못한다고 변명을 했지만, 공수처 인원은 차장검사가 있는 차치지청 수준"이라며 "인원의 문제가 아니라 지휘부와 검사들의 능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공수처 2기는 제때 출범하지 못할 위기에 봉착했다. 김 처장이 임기 만료를 일주일 앞두고 있고, 김 처장을 대행할 여운국 차장도 이달 28일 임기가 끝난다. 처장과 차장이 공석이 되면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구성된 이후 두 달 넘게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추천위는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할 수 있다. 추천위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오는 15일 김상환 대법관에서 천대엽 대법관으로 바뀐 이후에야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논의 날짜는 미정이다. 추천위는 여야 추천 위원 각 2명, 법무부 장관(대행),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후보 추천이 마무리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수장 공백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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