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1000명과 크루톡
문어발식 사업 확장 바로잡기
기술 기업 정체성 재정립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11일부터 한 달여간 임직원들과 릴레이 소통에 나선다. 첫 어젠다는 '사업 방향성'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바로 잡고 인공지능(AI) 등 기술 기업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내정자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임직원들과 '크루톡'을 시작한다. 정 내정자는 지난달 사내 공지를 통해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전체 이야기를 듣기 위해 크루를 직접 만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달 초까지 임직원 약 1000명을 순차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첫 크루톡 주제는 사업 방향성이다. 카카오의 현 서비스·사업에서 바꿔야 할 부분과 지켜야 할 부분,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임직원들과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사업 방향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는 것은 카카오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어발 기업', '골목상권 침해'라는 오명을 썼던 카카오의 사업 방향을 바로 잡고 체질 변화를 이끄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는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 벤처캐피탈(VC) 카카오벤처스까지 오랜 기간 IT 업계에 몸담았다. 카카오벤처스에선 AI, 로봇 등 선행기술, 모바일 플랫폼,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정 내정자는 이날 크루톡에서 사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듣고 미래 방향성을 검토하는 데 참고할 예정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끌어모은 이용자를 기반으로 택시, 대리운전, 헤어샵 등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 대신 AI 등 미래 핵심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 내정자는 지난달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됐을 때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첫 크루톡을 시작으로 기술 이니셔티브, 거버넌스, 인사 제도, 일하는 방식, 기업 문화 등 7개 주제를 다룬다. 직원들이 원하는 주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원할 경우 여러 주제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각 회차에서 1시간 내외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방식이다. 일부 세션에는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 의장도 함께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는 카카오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겸임하면서 김 창업자와 공동으로 CA협의체 의장을 맡고 있다. 오는 3월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카카오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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