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교역 분절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수출 다변화로 완화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최근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의 배경과 영향' 제하의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수출에 관해서는 반도체·중국 등 일부 품목 또는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입의 경우에도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다변화 없이는 향후 대외 여건 변화에 따라 수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해 기업의 교역 및 투자 결정 시 경제적 요인 외에도 지정학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면서 각국의 투자와 교역 측면에서 지역적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미·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우방국(프렌드쇼어링) 또는 인근지역(니어쇼어링)으로의 투자가 증가한 반면, 대중 투자는 감소했다.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도 크게 높아졌는데, 이러한 불확실성 증대는 기업의 수출과 투자 활동을 유의하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들이 첨단 산업(전기전자 및 운송장비)의 자급률을 높이고자 수입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 수출은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을 중심으로 3% 내외 감소하며, 글로벌 수출은 약 2%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 블록으로 나뉘어 블록 간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블록 내에서도 보호무역조치가 시행될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심했다. 우리 수출은 최대 10% 감소하고 글로벌 수출은 4%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화학, 기계, 전기 등의 수출 감소 폭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블록 간 분절화가 심화하는 가운데에도 블록 내 장벽은 완화되는 경우 우리 수출은 3% 중반, 글로벌 수출은 2% 중반 감소하면서 분절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상당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민규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주요국들의 산업정책과 무역규제 확대, 미·중을 중심으로 한 교역 분절화 움직임, 중국의 경제구조 전환 등과 같은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교역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 수출의 품목별·지역별 다변화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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