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민원사주했다면 이해충돌·업무방해 소지"
류희림 "민원인 정보 유출…수사 의뢰할 것"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가족·지인 등을 동원해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노조 측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지부장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현재까지는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만 제기된 상태"라며 "만약 류 위원장이 직접 민원을 사주했다는 증거가 확인된다고 하면 이건 업무방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과거 사무처 직원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민원을 제기했다가 파면된 사례를 언급하며 류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2018년에 다른 사람이 올린 것처럼 대리 민원을 올린 사무처 직원은 파면됐다"며 "직원이 그런 일을 하면 파면 대상인 건데, 방심위원장이 그와 유사한 일을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사퇴하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인지 여부다. 지난 9월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해 보도한 방송사에 총합 1억2000만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방심위에 들어온 가짜뉴스 심의 민원 중 일부가 류 위원장의 가족·지인 등에 의해 제기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방심위 노조는 만약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사주했거나, 가족·지인의 민원임을 알고도 관련 심의에 참여했다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로 규정하고 자체 특별감사 착수 및 경찰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이번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와 MBC가 불법 유출된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취재했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사상 초유의 민원인 정보 유출이라는 범죄행위 정황에 대해 특별감사와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처를 통해 민원인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한 범죄 행위를 규명해 낼 것"이라며 "더욱이 허위 조작 녹취록 당사자인 뉴스타파와 그것을 인용 보도해 방심위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MBC 등이 불법 유출 정보를 취재 명분으로 활용한 것은 이해충돌 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원인 정보는 민원인 보호와 자유로운 심의신청 보장을 위해 법으로 보호하는 초민감 정보"라며 "이를 유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과 표현의 자유, 국민의 자유로운 심의신청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방심위 기능에 제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당시 뉴스타파 관련 보도에 대한 민원은 180여 건이나 접수됐으며, 또한 뉴스타파 관련 심의는 민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취임하기 전 황성욱 위원장 대행의 단독 부의권 행사에 따라 이미 긴급안건으로 상정된 것이라 민원 제기와는 무관했다고도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