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조건부 승인
양재화물터미널→스마트 물류단지로 탈바꿈
'한국판 카길' 도약…13兆 자금조달 '관건'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인 '양재물류단지'가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며 부지 매입 7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축구장 12개 면적에 최고 58층 건물을 세우는 사업비 약 7조원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진행 중인 국내 최대 선사 HMM 인수까지 성공하면 하림은 향후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양재물류단지 지하 8층·지상 58층으로…부지 매입 7년 만에 본궤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물류단지계획통합심의위원회 본심의에서 강남구 양재동 225 일원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사업계획안에 대해 ‘조건부 통과’를 결정했다. 대상지는 양재동 225 일대 8만6000㎡로, 과거 양재화물터미널로 쓰이던 곳이다.
하림은 2016년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으로 용적률 800%를 적용받아 지하 8층 , 지상 58층 높이의 물류시설과 판매, 주거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하림은 특히 지하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물류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지상에는 아파트 998가구 등 주거시설과 판매·문화시설이 다양하게 건립된다. 서울시가 조건으로 내건 대중교통 접근성 관련 대책이 마련되면 내년 1월 물류단지 지정승인 고시가 날 전망이다.
이후 서초구의 건축인허가를 통과하면 착공에 돌입할 수 있다. 2029년 준공이 예상된다. 양재물류센터가 수도권 교통의 요지인 양재IC와 인접한 만큼 하림은 이를 향후 수도권 도심 내 배송 거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서울의 관문인 경부고속도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와 가까워 수도권 소비자에게 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해진다.
HMM 인수로 육상·해상 물류 쌍끌이 나선다…'한국판 카길'로 도약
하림은 현재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인수할 최종 후보로 선정돼 채권단과 협상 중이다. HMM은 현대상선의 전신으로 시가총액이 약 12조원에 이른다. 2015년 국내 1위 벌크 선사인 팬오션 인수에 이어 HMM까지 인수하게 되면 하림은 초대형 국적선사로 해상 물류 장악력이 높아진다.
여기에 양재물류센터까지 완공되면 하림은 육상과 해상에서 쌍끌이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닭고기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해 곡물 운송부터 사료, 축산, 식품 제조, 유통·물류로 이어지는 ‘푸드체인’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판 카길'을 꿈꾸는 김홍학 회장의 미래 비전과도 맞닿아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13조원에 이르는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하림이 HMM 인수전에 써낸 입찰가는 6조4000억원, 양재물류단지의 사업비는 6조8000억원이다. 더구나 최근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비는 더욱 늘 수 있다. 하림은 양재물류센터 사업비는 분양대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조달하고, HMM 인수자금은 인수금융과 JLK파트너스의 부담금, 팬오션 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막대한 자금 조달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이에 양재 부지를 매각한다거나 HMM 유보금을 인수금융 이자로 쓸 수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하림은 "양재물류단지와 HMM 인수는 별개"라고 선을 그으며 "HMM 유보금도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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