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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편법이 관행이 된 예산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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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편법이 관행이 된 예산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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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가운데 국회 예산 심사를 거치면서 감액된 금액은 4조7154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심사를 거쳐 공식적으로 삭감된 금액은 얼마나 될까. 답은 4873억원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예결위가 모두 9차례 소위를 열어 661건의 사업을 심사해, 244건을 수정한 결과다. 국회 예산심사를 거쳐 확정된 전체 감액 예산 가운데 10.3%만큼만 예결위 심사를 거쳤다. 그렇다면 예산 감액의 89.7%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공식적인 기록은 아무 곳에도 없다.


증액 심사는 한층 더 심각하다. 내년 예산안 가운데 국회에서 증액된 예산 4조4822억원인데 여기에는 어떤 공식적인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 감액 예산의 89.7%, 증액 예산의 100%는 모두 여야 예결위 간사만으로 구성된 소소위 또는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2+2 협의체에서 심사한 결과다.


이 숫자 놀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9월 65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 예산안의 필요 여부 등을 평가해 증·감액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최종적인 결정 과정에 대한 기록이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얘기다. 협상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여야 간 쟁점 사업에 대한 기록을 안 남긴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업에서 예산이 왜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설명해줄 근거가 없이 예산안이 처리됐다.


이런 편법이 용인되는 것은 예산안 처리 시한은 촉박하고, 여야 간 주고받기식 막후 협상이라도 가능하게 하자는 현실론이 작용한 탓이다. 예산안이 연내 처리가 안 돼 준예산(전년에 준하는 잠정예산) 사태로 가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가 극적으로 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직후에도 국회는 물론 정부 누구도 내년 예산 규모를 알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예산안 합의 발표 당시 송언석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는 "개별사업들을 다 증액할 텐데 다 증액이 안 되면 일부 줄어들 수 있다"며 "그 부분은 마지막까지 작업을 맞춘 이후에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리기로 한 사업들의 예산을 일단 넣어보는 식으로 지출 규모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궁금점이 하나 남는다. 어떤 기준으로 예산을 증액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지도부 예산, 지역별 예산 등으로 한도가 정해질 것이라는 각종 설(說)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결정 방식은 누구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조 원 규모의 돈이 오가는 이 예산 결정에는 극소수의 인사들만 참여할 수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토론자로 나서 "국민들은 왜 어떤 예산이 늘어나고 줄어드는지 그 과정도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소수의 정치인이 결정한 결론만을 전해 들어야만 한다"며 "밀실에서 이뤄진 이런 졸속 예산안 합의는 소수 정치인의 과두적 합의일 뿐 국민의 합의가 될 수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런 예산 방식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은 제도상의 결함이 크다. 처리 시한 부족 등으로 예결 소위가 한차례 예산심사 정도로 끝마쳐지는 것의 문제는 예산심사 기간을 더 늘려 잡거나 예결 소위 자체를 복수로 운영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소위 등 구성을 당연시하는 관행에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 편법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요구된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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