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런당 3달러로 내려
미국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물가로 미국인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수일 내에 갤런당 3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인 지난해 여름 갤런당 5달러에서 크게 내린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 하락은 식료품과 함께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에 끼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기셀라 호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와 기대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는 과거처럼 아주 완벽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휘발유 가격이 내리면서 물가 상승률도 이미 둔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눈여겨보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했다. 에너지·서비스 물가 상승률 둔화에 오름폭이 전월 대비 0.1% 하락,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PCE 물가가 내렸다. 미 원유 가격도 글로벌 수요 둔화, 셰일가스 생산 증가, 소비 둔화로 9월 이후 20% 하락했다.
고물가로 근심이 컸던 바이든 행정부도 유가 하락에 안도하고 있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책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 정책이 연료비를 상승시켰다며 비판 수위를 올려 왔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PCE 물가 발표 직후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돌리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환영했다.
누적된 긴축 효과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는 데다 유가까지 내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개선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주요 외신과 미시간 로스가 지난 5~6일 미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재정 상태가 개선됐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재정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문제 3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9%가 '물가 상승'이라고 답했다.
외신은 "최근 중동 혼란으로 유가 하락세가 일부 중단됐지만,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으로 내년에는 유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며 "이는 2024년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휘발유 가격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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