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은 이번 인사로 사실상 SK그룹의 2인자에 올랐다. 최태원 회장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은 최 회장과 지근거리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그의 철학과 주문을 그룹 경영 전반에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인 최창원 의장은 1960년생인 최태원 회장보다 네 살 아래, 최태원 회장의 친동생인 1963년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보다는 한 살 아래다.
1964년생인 최 부회장은 1994년 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첫 발을 들인 이후로 30년 동안 SK그룹에 몸담아오고 있다.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 데 이어 2017년부터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기획·재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규사업 발굴과 사업재편 등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의 최대주주(40.18%)다. SK디스커버리를 화학, 가스, 제약에서 친환경 소재, 재생에너지, 바이오 중심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2018년 설립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심리학 전공자로 철학교수들과 토론을 즐길 정도로 인문학에 조예가 깊다. 또한 명상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업무 측면에서는 꼼꼼하고 수치에 강한 '워커홀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맏딸인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팀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입사한 지 7년 만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된 것이다.
최윤정 본부장은 1989년생으로 중국 베이징국제고등학교와 미국 시카고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학사 과정 중에는 뇌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실무 감각을 키웠다. 미국 하버드대 물리화학연구소와 국내 한 제약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2015~2017년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SK그룹에 첫발을 디뎠다. 2019년 휴직을 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 석사학위 과정을 밟은 후 2021년 7월 복직해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을 이끌었다.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한 올해 1월에는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 직접 참가해 SK바이오팜 부스를 챙겼다. 최 본부장은 특히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는 배터리, 반도체와 함께 SK그룹의 미래먹거리(BBC)로 꼽힌다. 그룹 신사업의 중요한 한 축을 장녀에게 맡긴 셈이다. 다른 한 축인 배터리는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이 챙기고 있다. 최윤정 본부장은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유창호 전략·투자부문장과 함께 SK와 공동 운영하는 신약 개발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다만, 최윤정 본부장은 아직까지 그룹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 모두 자기 명의 지분은 없으나 SK그룹 내에서 넓은 의미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최윤정 팀장은 휴직 중인 여동생 민정 씨, 미국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남동생 최인근 매니저보다 앞서 임원이 됐다. 이번 인사가 SK그룹 후계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한 외신 인터뷰에서 "(누가 이끌 것인지) 나만의 계획이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