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침공으로 서울대 휴학생 폭증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선택 과목 중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이 수학 1등급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 3198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 수험생 가운데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이 96.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확률과 통계 응시자는 3.5%에 불과했다.
통합수능 1년 차였던 2022학년에는 수학 1등급 가운데 미적분·기하 응시자 비율이 86.0%, 지난해에는 81.4%였는데 올해는 훌쩍 늘어나 사실상 1등급을 이들이 점령했다는 게 학원가의 분석이다.
특히 수학 2등급에서도 미적분·기하 응시자가 71.7%, 3등급에서도 71.4%를 차지하고, 4등급까지 내려가야 비로소 확률과 통계 응시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52.9%)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확률과 통계의 경우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된 반면, 미적분은 까다롭게 출제돼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11점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학원가에서는 올해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미적분은 148점이지만 확률과 통계는 137점에 머물러 상위권을 미적분 응시생들이 차지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현상은 통합수능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문제인데, 특히 올해 학생 간 성적 편차가 큰 수학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교육계는 전망하고 있다.
입시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자연계에 응시하려던 수험생들이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가지고 인문사회계열에 진학하는 ‘문과침공’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된다.
대학가에서는 ‘문과침공’을 했다가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새로운 입시제도를 구상하는 교육당국은 물론 대학들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서도 문과침공 두드러져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에서도 문과침공 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9월 15일 기준 서울대 신입생 중 휴학생은 418명으로 2019년(168명)의 약 2.5배 규모다.
1학기에는 252명, 2학기에는 166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한 개 단과대학의 선발 인원보다 많은 신입생이 캠퍼스에서 사라진 셈이다. 올해 서울대 인문대는 294명, 사회과학대는 383명을 모집했다.
앞서 5년 전인 2019년 168명 대비 2.48배 늘어난 수준이다. 2020년에는 247명, 2021년에는 259명, 지난해엔 335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인문사회계열 학과에서 이탈하는 것을 이과의 문과침공으로 봤다. 이과생이 수학에서 문과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해 서울대 등에선 이과생의 문과 계열 합격이 늘었다는 것이다.
정경희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 중 44.4%가 이과생이었다.
2023년 휴학생 중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 휴학생은 58명으로 전년 48명 대비 10명 늘었다. 인문대 자퇴생은 2019년 2명에서 지난해 10명이 됐고, 휴학생은 5명에서 26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26명이 휴학계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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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대도 신입생 중 자퇴생은 2019년 3명에서 작년 9명으로 휴학생은 2019년 17명에서 작년 2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32명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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