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6일(현지시간) 예상을 밑돈 민간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주 후반 공개되는 고용보고서 등을 대기하며 약보합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70.13포인트(0.19%) 떨어진 3만6054.43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7.84포인트(0.39%) 내린 4549.3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3.20포인트(0.58%) 하락한 1만4146.71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에서 유틸리티, 산업, 헬스 관련주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연일 하락하며 에너지 관련주의 낙폭이 확인된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반도체칩을 개발 중이라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도 전장 대비 2%이상 밀렸다. 전날 시가총액 3조달러를 돌파한 애플도 약보합을 나타냈다. 구글 알파벳은 GPT-4를 뛰어넘는 AI 언어모델 '제미나이' 공개 소식에도 소폭 밀렸다. 클라우드기업 박스는 월가 예상에 못미치는 실적에 따라 10%이상 하락했다. 반면 톨브라더스는 시장 기대를 웃돈 실적에 힘입어 2%가까이 뛰었다. 캠벨 수프 역시 실적 기대감에 7%이상 올랐다.
투자자들은 주 후반 예정된 노동부의 비농업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연일 공개되는 고용지표, 이에 따른 국채 금리 움직임 등을 주시했다. 이날 공개된 ADP 고용보고서에서 추가 둔화 시그널이 확인되면서 장 초반 상승세가 확인됐으나, 오는 8일 고용보고서까지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으면서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엘람 수석시장분석가는 "주 후반 데이터가 모두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데이터라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DP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민간 고용은 전월보다 10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망치(12만8000명)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민간 고용은 두달 연속 10만명대를 나타내면서 누적된 긴축이 노동시장 냉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앞서 전날 발표된 10월 채용공고 역시 2년반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노동시장 냉각 조짐을 확인시켰었다.
이와 함께 이날 ADP 보고서에서는 그간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했던 임금 상승폭 역시 둔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임금상승폭은 5.6%로 2021년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경제매체 CNBC는 "인건비가 감소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경로에 긍정적 신호"라며 "오랜기간 연방준비제도(Fed)의 문제로 여겨졌던 노동시장이 완화하고 있다는 최신 징후"라고 전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글로벌 시장전략책임자는 "Fed의 인플레이션 억제가 이제 효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현 수치는 연착륙을 향하고 있으나, 강경 정책기조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시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이어질 지표들을 주시하며 Fed의 향후 통화정책 향방, 시장 움직임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에는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오는 8일에는 노동부의 1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월가에서는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19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다음주 열리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이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 이상 반영하고 있다. 내년 1월까지 동결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도 85%를 웃돈다. 내년 1월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은 12%반영됐다. 이후 내년 3월 또는 내년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각각 60%, 85%를 웃돈다.
다만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월가에서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경계감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웨이 리 블랙록 전략가는 "이러한 희망이 실망으로 이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면서 "더 높은 금리, 더 큰 변동성이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한 외신 설문조사에서도 경제 전문가들의 절반은 최소 내년 7월까지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며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실질 금리 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무역적자는 수출 감소 영향으로 증가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무역수지 적자는 643억달러로 전월 대비 31억달러(5.1%)를 기록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11%선으로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59%선으로 소폭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1%이상 오른 104.1선을 나타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54% 오른 12.92선에서 움직였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94달러(4.07%) 급락한 6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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