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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다같이 산다’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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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다같이 산다’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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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온통 '나혼자 산다'(식의 예능), 불륜·사생아·가정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에 변화가 필요하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소속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어딘가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그의 발언에 당장 검색을 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1년 전 같은 당 소속의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한 발언과 흡사하다.


'나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혼자 사는 것을 미화해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1년 간격을 두고 되풀이되고 있다. 그것도 국가의 인구 관련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책을 차지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선후관계를 착각한 것이다.


'나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시작한 2013년은 이미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상태로 접어든 시기다. 저출산을 야기했다기보다는 저출산의 결과에 가깝다. 국제기구들은 합계출산율 2.08 이하를 저출산으로, 합계출산율 1.5 이하를 초저출산으로 보는데 2012년의 합계출산율이 이미 1.3이었다.


나는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백 번 양보해 '그들의 주장에도 일부 일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혼자 산다' 예능을 중지하고 그 시간대에 연예인 가족 또는 비연예인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조명해주는 '다같이 산다(가칭)'를 방영한다면 과연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일단 해 봐야 알 일이지만 글쎄, 유의미한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출산율이 차츰 낮아지고 있는 것은 높은 사교육비 및 주거비용, 치열한 사회 분위기, 비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결과다. 특정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 편성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 요즘은 TV를 통한 '본방사수' 문화는 거의 사장되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 매체를 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정부가 공영방송을 통해 '다같이 산다'를 방영한다 하더라도, 결혼 적령기인 2030 세대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더 재미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는 데 더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이미 비자발적 비혼과 초저출산 상황에 놓인 청춘들이 '다같이 산다' 방송에 공감할 수 있느냐다. 예능 '나혼자 산다'의 주요 인기 요인 중 하나는 공감대였다.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과 수입,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을 미루고 비자발적 비혼으로 내몰렸던 청춘들은 스타들도 자신과 다를 바 없이 혼자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같이 산다' 방송이 나온다면, 제작 의도와는 달리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는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모를 일이다.



저출산 문제는 높은 교육 비용과 부동산 가격,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소득·고용, 높은 경쟁 강도, 인식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한데 어우러진 총체적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므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단편적 측면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에 잘 맞으면서도 아이 낳기에는 좋은 환경을 형성해줄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이지은 이슈1팀 차장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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