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법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여야 이견으로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국회 임기 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실거주 의무 폐지가 무산되면 자금 조달 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입주 후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만큼 당첨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초부터 개정안 적용 대상 단지가 줄줄이 나와 최종 무산 땐 시장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토위 국토법안소위는 지난달 29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보류했다. 실거주 의무 규제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2021년 2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은 입주 즉시 2~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1년 2월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해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받게 된 아파트는 전국 66개 단지, 4만3786가구에 달한다.
야당은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실거주 의무 폐지에 반대한다. 대신 주택법은 그대로 두고 시행령에서 조건부로 예외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당은 실거주 의무를 유지하되 본인이 최초 입주때가 아닌 양도 전까지만 의무기간을 채우면 되게끔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양측은 각자 제시한 대안을 반대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연내 남은 소위 일정이 오는 6일 한 차례뿐이라는 점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끝내 처리되지 못하면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가 유력하다.
당장 청약 당첨자들의 자금 조달에는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대개 자금력이 떨어지는 당첨자들은 새로 입주할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거주를 하게 되면, 은행 대출 등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 만약 실거주 의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입주가 어려우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아파트를 되팔아야 한다.
분양권 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했지만 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사실상 전매가 불가해서다. 실제로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88건에 달하던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전매 건수는 10월 18건, 11월 11건까지 쪼그라들었다.
업계에서는 실거주 의무 제도가 적용되는 아파트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최종 무산 땐 시장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와 ‘강동헤리티지자이’가 각각 내년 2월과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 입주도 1년가량 남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안 되면 전매제한 완화는 무용지물”이라며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나 '강동헤리티지자이' 등이 당장 내년 상반기 입주를 앞둔 만큼 통과가 안 될 경우 시장의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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