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日맥주 수입액 4210만달러로 1위…중국·네덜란드 제쳐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히트에 불매운동 사실상 사라져
中맥주, ‘칭따오’ 악재에 1년 만에 몰락
올해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된 맥주는 아사히를 앞세운 일본맥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급감했던 일본맥주 수요는 올해 들어 히트 제품의 등장과 사실상 사라진 불매운동 등 호재가 더해지며 5년 만에 수입맥주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차게 됐다. 반면 지난해 선두로 올라섰던 중국맥주는 ‘소변 테러’라는 악재에 1년 만에 왕좌를 내주고 고꾸라졌다.
1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중국맥주 수입액은 2921만2000달러(약 37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116만1000달러)보다 6.3%(194만9000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별 맥주 수입액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해 선두에서 1년 만에 두 계단 밀려났다.
중국맥주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단연 지난 10월 중국 대표 맥주 중 하나인 ‘칭따오’의 산둥성 공장에서 발생한 일명 소변 테러가 꼽힌다. 수입사 측은 국내 판매 제품과는 무관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중국산 식품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재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에 대해 빠르게 손절에 나섰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10월 중국맥주 수입액이 192만7000달러로 전년 동월(309만4000달러) 대비 37.7% 급감했다.
다만 중국맥주의 선두 수성은 소변 테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일본맥주의 회복세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올해 일본맥주의 수입액은 10월 기준 4210만5000달러(약 54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5만9000달러)보다 264.3% 증가했다. 현재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일본맥주 수입액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연간 수입액 5000만달러 돌파는 물론 지난해 6위에서 단숨에 선두 탈환도 확실해 보인다.
일본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달러(약 1010억원)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며 3975만6000달러로 급감한 데 이어 2020년 566만8000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점차 시들해지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했고, 올해 들어서는 6월부터 수입량을 빠르게 늘려가며 과거 수입맥주 최강국의 지위를 빠르게 되찾는 모습이다.
올해 일본맥주의 귀환을 주도한 건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 7월 국내에 정식 출시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은 아사히맥주가 2021년 4월 첫 출시한 제품으로 캔을 개봉하면 부드러운 거품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는 게 특징이다. 독특한 제품 형태 덕에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국내에서도 출시 이후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마켓링크에 따르면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출시된 7월 이후 10월까지 아사히 맥주의 가정시장 판매액은 1046억원으로 시장점유율 7.3%를 기록했다. 이는 ‘카스’와 ‘테라’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수입 맥주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일본에 이어 네덜란드(2975만5000달러), 중국, 미국(1366만5000달러), 독일(1218만1000달러), 폴란드(1198만2000달러), 아일랜드(1117만5000달러), 체코(1036만7000달러) 등의 순이었다.
한편 전체 수입맥주 시장은 크게 반등하지 못하며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올해 전체 맥주 수입액은 10월 기준 1억8716만달러(약 2415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6598만달러)보다 12.8% 늘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수입액이 2016년(1억8155만6000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반등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8년 3억968만달러(약 3995억원)였던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1억8716만달러(약 2413억원)로 줄어드는 등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 기간 수입맥주의 가장 큰 경쟁상대로 떠오른 건 위스키로, 특히 위스키의 도수를 낮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하이볼이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반짝 열풍이 아닌 맥주의 대체품으로 연착륙하는 모습이다.
올해 위스키 수입량은 10월 기준 2만693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 늘며 2002년 기록한 연간 최대치 기록(2만7379t)을 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위스키 수입액은 2억2146만달러(약 2855억원)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하이볼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의 위스키 수입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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