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거주 베트남인 100명 중 35명은 불법 체류"

베트남 이주노동센터 보고서
2020년 20%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증가

국내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100명 중 35명가량은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베트남 이주노동센터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인 중 34.5%가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체류자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인해 인력 수요가 급감하면서 2020년에는 20%까지 떨어졌다. 이후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이 비율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작년에는 28%까지 오른 데 이어 올해 다시 증가했다.

불법 체류자들의 비율을 지역별로 보면 북부 출신 이주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북부 하이즈엉과 랑선, 남딘, 빈푹성 출신 베트남인의 불법 체류 비율은 33~37%에 이르렀다.

양국 정부는 한국에 머무는 베트남인 불법 체류자 수를 줄이기 위해 벌금을 부과하거나 구금하는 한편 규정 위반 사업장의 인력 채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처를 해왔다. 하이즈엉성 찌린시의 경우 한국 내 불법 체류자가 대거 적발돼 현지 주민들의 한국 방문이 금지된 상황이다.

적지 않은 베트남인이 3년 체류 기한 만료 후에도 계속 한국에 몰래 머무는 이유는 취업에 든 비용을 갚느라 모은 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북부 옌바이성 노동국의 레 반 르엉 부국장은 전했다. 그는 "체류 기한이 늘어난다면 불법 이주 노동자 비율은 줄어들고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생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고용허가제 심사를 통과한 베트남인들은 주로 제조업, 건설, 농업,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한 달 평균 임금은 대략 4000만동(약 21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가 올해 집계한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수는 41만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에 사는 전체 외국인 수인 약 219만 명의 약 19%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 5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불법체류자들은 특히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단기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작물재배업 농가 중 91%가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을 고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