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은 '일하다 죽자' 비판
총선 앞둔 野, "주4.5일제 향해 나갈 것"
더불어민주당이 근로자이 일주일에 4.5일을 근무하는 '주 4.5일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서울' 구상과 공매도 금지 조치 등 잇따라 정국 주도권을 가져간 여권을 겨냥해 반격에 나선 것이다.
주4.5일제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후보 당시 내세운 공약 중 하나로, 이 대표는 주4.5일제 도입을 시작으로 주4일제 사회로의 전환 등 노동시간 단축을 제시한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주4.5일제 도입을 언급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5일 대전 중구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주4.5일제를 향해 나아가겠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양이 아닌 질로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 취임한 후에도 대선 공약이었던 주4.5일제 도입을 강조해왔다. 지난 3월 민주당은 '주4.5일제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연장근로 유연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대한민국만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주 60시간 또는 주 69시간으로 가자고 하는 것은 '일하다 죽자'이고,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은 과로 사회로 되돌아가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무려 300시간씩 더 많다는 참담한 현실을 고쳐나가야지, 현재 상태에서 다시 제도를 퇴행시키면 최장 시간 노동이라는 불명예가 더 심화되고 악화될 것"이라며 "주4.5일제를 실행 가능한 목표로 잡고 사회의 노동, 산업 환경들을 고효율의 노동으로 대체해가는 미래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시 정부는 현재 주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반발 여론이 거세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이보다 한발 물러서 '일부 업종·직종'에 대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업종·직종은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가 다시 주4.5일제를 꺼낸 것도 정부의 근무시간 개편 논란의 연장선다. 이 대표는 이날 "다른 나라들은 주 4일제를 향해 가는데, 다시 노동시간을 더 늘린다고 하는 것이 과연 국가 정책적으로나 경제 전략상으로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지금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시대다. 노동시간을 늘려서, 노동 총량을 늘려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전략은 이제 있을 수 없는 전략"이라고 일침했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이 대표가 주4.5일제 도입을 다시 꺼내면서 당 차원의 후속 논의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관련 내용으로 발의된 법안으로는 작년 7월 강훈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있다. 현행 법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에서 주 36시간으로 단축하고, 이에 맞춰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의 규정을 정비해 주 4.5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같은 당 박성준 의원도 주4일제 도입 전 '재택·원격근무'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현행법에 원격근무의 정의와 '주4일 사업장 근무·주1일 원격근무 체계' 도입 등을 신설하는 법안을 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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