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대학에서 마약 판매를 홍보하는 전단이 잇달아 발견되는 등 2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마약이 파고들자 대학들이 학생 보호를 위한 순찰 강화와 예방 캠페인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학의 활동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학교는 학내에서 마약 전단이 발견된 지난달 20일부터 건물 관리자에게 학생출입제한 시간 이후 출입자에 대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대부분의 건물이 오후 10시 이후 출입이 제한되는데 거동 수상자는 곧바로 경찰 등에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건국대 관계자는 "CCTV 설치 등 시스템은 구비돼 있어 인적 보완을 했다"며 "순찰을 강화해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마약 전단이 처음 발견된 홍익대학교 역시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홍익대는 기존에 있던 재학생 중심 순찰대 '와우 사랑 봉사자' 활동을 확대했다. 기존에 10명이 돌던 순찰 인원을 15명으로 늘리고 순찰 지역을 더욱 꼼꼼하게 보는 방식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군대를 다녀온 재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순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학교 역시 마약 전단이 미대 건물 화장실에서 발견되자 모든 건물의 화장실을 전수조사하는 등 경계를 강화했다.
마약 전단이 뿌려지지 않은 대학도 마약 예방 활동에 가세했다. 경희대학교는 지난달 25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게시물을 올렸다. '마약 예방 캠페인'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마약을 주의하라는 내용의 영상과 함께 "출구 없는 미로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담겼다. 아울러 마약 범죄를 신고할 수 있는 경찰과 검찰, 관세청 등 번호도 올렸다. 연세대학교 역시 'NO EXIT'(노 엑시트)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마약을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대학가와 20대 청년층을 상대로 마약이 파고들자 각 대학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건국대와 홍익대, 가천대 등에 '액상 대마를 가지고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문구가 담긴 명함 크기의 전단을 배포한 40대 남성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1일 구속 송치했다. 20대 마약 투약 사범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392건이던 20대 마약사범 검거 건수는 2020년 3211건, 2021년 3507건, 지난해 4203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대학의 마약 대응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는 "20대 청년층의 마약 투약은 가벼운 일탈 등으로 생각하는 호기심에서 주로 시작된다"며 "마약은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중요한 만큼 대학들의 마약 폐해를 알리는 홍보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만 않는다면 소속 대학생들의 마약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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