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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日 초고령화의 긍정적 이면,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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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日 초고령화의 긍정적 이면, 파괴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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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야 했다. 올해 봄 방문 때보다 어딜 가든 훨씬 활기가 넘쳐 놀랐다. 최근 한국에서 읽은 기사는 일본에 고령자들이 너무 많아 ‘추모할 사람도 묻을 땅도 없다’던데, 현지에서는 관광지든 아니든 어디나 북적였다. 해외에서 입국한 각국의 관광객들, 헬스케어와 의료기기 박람회 참가를 위해 온 국제학술단, 그리고 일본의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특별 제도를 이용해 이주한 외국인들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걱정이라는 현지인들의 말과는 다르게, 엔저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에서 체감하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저렴했다. 초고령화로 인해 암울한 분위기나 세상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풍으로 알려진 기존의 생각과 관습을 따른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먼저, 주택 수리가 그랬다.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단독주택 비율이 80%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신축하는 것을 선호해 신규 공급이 많기도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신축 주택 구매자에게만 모기지 세금 감면 형태의 우대 정책을 시행하고, 노후화된 주택에는 혜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철거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데다 공터로 남겨둔 공간에 대한 세금이 크고, 수리를 하더라도 주택 가치가 오르지 않는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였다. 일본 정부가 5년마다 조사하는 통계에 따르면, 지역별로 빈집이 넘쳐나서 2018년 840만 채가 넘었고, 2023년 조사에는 1000만채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방치한 빈집에 벌금을 물리는 등 조치가 생겼지만, 늘어나는 숫자가 감당이 안 되자 아예 빈집 수리를 한다면 외국인에게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의 서비스가 생겼다. 국내에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기보다(해봤지만 안돼서) 외국에 문호를 개방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일본으로 향한다.


바쁜 일정 탓에 도쿄 직장인들이 서서 먹는 간단한 소바집이나 라멘집을 주로 찾았는데 이때 발견한 사실도 재미있다. 노동가능인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식당의 구성이다. 거의 모든 곳에서 입구 앞 키오스크가 배치돼 주문을 받는다. 한국보다 무척 간단하게 제작돼 글자만 읽을 수 있다면 이용이 단순했다. 한국에서는 수십가지 메뉴 옵션 때문에 시니어 사용자들이 키오스크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과 비교됐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주로 요리사는 일본인, 주방 보조는 필리핀이나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역사가 깊은 상점가에서 오사카식 타코야끼를 먹으려고 했더니 중국인이 주인이다. 도심의 편의점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파트타임 알바가 없으면 점포 문을 열 수 없을 정도다. 100년이 넘은 노포나 장인 가게들 역시 기술을 전수할 일본인이 부족해 외국 유학생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폐쇄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던 일본의 변화다.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 근처 복지전문학교도 인상적이었다. 필리핀 학생을 통해, 커리큘럼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 생활 적응을 위한 따뜻한 인사말하기, 식사 예절, 화장실 사용법 등 사소한 것까지 배운다고 한다. 이처럼 요양시설과 간병분야는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등 외국인이 없으면 도쿄에 있는 곳조차도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외국인 돌봄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도 농촌이나 지방의 만성적인 일손 부족을 해결하고자 기간한정으로 개발도상국 외국인들을 받아들였던 산업연수생 제도가 있었다. 현재는 고용허가제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지만 허가 쿼터가 작년에 6만명대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했던 ‘기능실습제’를 폐지하고, 2019년부터 ‘특정기능비자’를 확대했다. 개호(간호·돌봄), 농업, 건설, 조선업 등 12개 분야에 한해 외국인 고용을 전폭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일본 이민청이라 할 수 있는 출입국재류 관리청에 따르면, 특정기능비자 체류자격자는 시행 첫해 1000명대였다가 2022년 14만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극우 성향의 일본 기업인이나 정치인들 중에는 일본인이 ‘아시아에 있는 유일한 유럽인’이라며 극한의 우월주의와 폐쇄성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곤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한 일본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혁신적인 제도적 변화가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우리도 인구구조에 따른 변화에 대해 세대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거나 어떻게 한국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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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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