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고용 관행' 유무 판단기준 첫 제시
사업장 관행·재고용 실태 따라
규정상 의무 없어도 인정 판결
100세 시대라는 요즘, 노동계에서는 60세 정년은 이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정년 연장이 부담스러운 사용자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정년퇴직자들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당연퇴직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 유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는 기존의 원칙적인 입장에서 나아가, '정년 후 재고용 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명시적으로 설시했다. 불필요한 재고용을 우려하는 사용자나 경영자 입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판결로 보인다.
이 대법원 판결 이전에도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에 관한 2014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원용해 재고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됐음을 이유로 사업주의 재고용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그러한 규정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는 경우에는 정년 후 재고용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돼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그러한 규정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사업장에서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아래와 같이 사전에 재고용과 관련된 회사의 규정 및 당해 사업장 내 재고용 실태 등을 명확히 진단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회사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정년 이후 촉탁직 재고용 여부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폭넓게 규정하고, 재고용 적격심사의 기준도 추상적으로 제시하거나 사용자의 재량에 높은 비중을 둬서, 재고용이 당연히 보장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를 참고하면 근로계약서 내지 취업규칙 등에 정년 후 재고용의 의무가 없음을 명시하거나, 오히려 정년퇴직자 재고용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재량적 판단에 따라 재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기대권을 형성하지 않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규정에 없는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제도가 사용자의 일시적인 사업적 필요에 의한 취지임을 근로자에게 미리 안내하거나, 불필요한 시기에는 재고용 제도를 잠정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산술적·통계적으로 재고용 근로자의 수를 관리함으로써 사업장에 정년 이후 근로자에 대한 재고용 관행이 존재하는 것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린 HR팀 최지수 변호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