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확정은 불행 중 다행"
구조적 문제 해결 매진할 것"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이에 피해자 A씨가 "20년 뒤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하는 삶이 슬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21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0년간 신상 공개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이에 A씨는 "원심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며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면 징역 20년보다 형이 적게 확정돼 대법원 선고가 날 때까지 계속 불안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범죄 가해자는 앞으로 20년을 어떻게 살아야지 생각하겠지만, 범죄 피해자는 20년 뒤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평생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굉장히 슬프다"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이 사건 이후에도 신상 공개 제도 개선과 피해자 상고권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 사건 가해자 이씨는 항소심의 징역 20년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검찰은 상고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에 따르면, 양형부당 사유에 따른 상고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 선고된 때만 가능한데 이는 '피고인'에게만 적용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피고인 이익을 위해서만 상고할 수 있고, 항소심 형량이 가볍다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양형부당 상고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씨는 "초기수사 부실 대응이나 피해자들의 정보 열람 제한 등에 대해 지속해 문제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 측 남언호 변호사는 "상고 기각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피고인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중범죄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50세의 나이로 출소하게 되면 재범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신림동 강간 살인 사건 같은 모방 사건도 낳았는데, 이는 살인이 또 다른 살인을 낳는 잔혹한 현실"이라며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반성문 제출, 우발적 범행으로 인한 감형 요소가 아닌 가중 요소를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10여분 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 선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12년 뒤 저는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사건을 공론화했다. 이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다른 재소자들에게 A씨 신상정보와 주소를 보여주며 출소 이후 '보복'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어 검찰이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이씨의 DNA를 검출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진행한 항소심에서 이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항소심 선고 이후 "나이 32살에 20년 징역은 무기징역과 다름없다"며 "2심 재판부가 언론·여론 등을 의식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지 못해 제대로 된 재판을 못 받았다"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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